"여름 별장, 제트기를 팔아서라도 투자자들에게 수수료를 돌려줘라!"

지난 4월 미국 뉴욕시 공무원연기금은 헤지펀드에 투자한 돈 15억달러(약 1조7800억원)를 회수했다. 이 기금의 대변인인 레티샤 제임스는 "그들(헤지펀드)은 투자자의 돈을 잃을 때조차 자신들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채 꼬박꼬박 수수료를 떼어간다"며 맹비난했다.

비단 뉴욕공무원연기금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투자자 사이에 헤지펀드에 대한 비슷한 불만이 쌓여가면서, 헤지펀드 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비싼 수수료를 받으면서도 형편없는 수익을 내고 있어 투자금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이다. 헤지펀드 시장에 막 불이 붙은 국내와 달리, 나라 밖 분위기는 완전히 딴판이다.

미국 헤지펀드 통계 업체 HFR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헤지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이 약 200억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 헤지펀드에 투자된 자산이 여전히 2조8600억달러 규모이지만, 올해 들어 헤지펀드로 들어오는 돈의 흐름이 멈추고 돈이 빠져나가는 추세라는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문을 닫은 헤지펀드는 979곳에 달한다.

HFR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헤지펀드 업계는 평균 -1.8%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그런데도 헤지펀드 업체들이 여전히 '2·20 룰(운용보수 2%+성과보수 20%)'을 적용하고 있다는 게 투자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과거 헤지펀드가 좋은 수익을 내던 때는 아까워 보이지 않았던 이 돈이 갈수록 수수료 값도 못하는 성적 때문에 본전 생각을 나게 하는 것이다.

FT는 "훨씬 낮은 수수료의 패시브 펀드(펀드 매니저 개입을 줄이고 시장 흐름을 따라가는 펀드)가 헤지펀드 수익률을 앞서며 인기를 끄는 점도 헤지펀드 업계를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