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경제의 근간이 되는 가계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가계 대출은 1200조원을 넘어섰는데, 가계 소득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저금리·저성장 장기화로 투자처도 마땅치 않다.

조선과 해운, 철강 등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실업자가 급증하는 등 고용 안정성도 떨어지고 있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았다 이자만 내기도 벅찬 ‘좀비 가계’도 늘고 있다.

이에 조선비즈 금융부는 지난달 27일 재무설계 전문가 3인과 함께 가계경제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가계 구조조정 해법을 마련하는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에는 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지점장과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이천 희망재무설계 대표(가나다 순)가 참여했다.

이들 전문가 3인방은 “가계도 혹독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파산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과도한 가계 빚을 줄이는 것이 현 시점에선 최고의 재테크”라면서 “주택 대출 규모는 집값의 30%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가 1200조원을 넘었다. 심각한 상황 아닌가?

이윤학 : "매우 심각하다고 본다. 관리를 잘못하면 지난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비슷하게 갈 수도 있다.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대부분 주택담보대출과 연결돼 있다. 한국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가 있긴 하지만, 미국과 비슷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김인응 :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서면서부터 정말 심각해졌다. 대출 금리가 연 1% 상승하면 12조원의 가계 자금을 은행권이 이자로 빨아들인다. 가계에 치명적이다. 더구나 부채의 질도 문제다. 생계형 자금 대출이 많다. 금융 비용이 늘어나서 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이 심각하다."

이천 : "주거에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아 가계가 쓸 돈이 없다. 그래서 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대출 금리가 올라가면 취약 계층부터 부실이 시작돼 상위 계층까지 번질 수도 있다."

이윤학 : "취약 계층의 위험성이 심각하다. 회사(NH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서 최근 조사를 했는데, 소득이 적고 학력이 낮은 취약 계층일 수록 부채 비율이 높았다. 가계 부채 뇌관이 취약 계층에서부터 터질 가능성이 높다."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가계 구조조정의 핵심은 무엇인가?

이천 : "지금까지는 이자만 생각하고 대출을 받았다. 또 미래를 낙관적으로 생각하면서 대출 규모를 결정했다. 하지만 그러다 출산, 퇴직 등 변수가 발생하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제는 대출 원금 상환을 생각하고 대출 규모를 정해야 한다. 자기 형편에 맞게 대출하라는 것이다. 또 낮은 금리의 대출을 이용할 수도 있는데 편리성만 생각하고 2금융권 대출을 받는 사람도 많이 봤다. 이런 대출 행태도 지양해야 한다."

김인응 : "대출이 있으면서 별도로 저축도 하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다. 지금 시점에서 대출은 무조건 갚는 것이 최고의 재테크다. 지금은 투자 수익을 많이 낼 수 없다. 보통 은행권 대출 평균 금리가 연 3%가 넘는다. 예·적금 금리는 연 1.5% 수준이다. 대출을 갚으면 연 3%짜리 재테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때 대출 상환을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가령 은행이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면 어떤가. 빚을 내서 투자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도 권하고 싶지 않다."

이윤학 : "대출 구조를 바꿔야 한다. 대출이 있다면 원리금 상환 규모를 정해놓고 다음에 지출 항목을 정하는 것이 좋다. 소비를 그만큼 줄여서 대출을 갚으라는 것이다. 뼈를 깎는 빚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수도 있다."

이천 희망재무설계 대표

─주택담보대출, 어느 수준까지 괜찮다고 보나?

이천 : "대출 없이 집을 사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원금도 같이 갚아나가겠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대출금은 주택 가격의 30% 정도가 적정하다."

김인응 : "대출 금리에 따라 다르지만, 원리금 상환 금액이 가처분 소득의 30%를 넘어서면 안된다. 순수 소비성 대출만 있는 경우 원리금 상환 금액이 가처분 소득의 10%를 넘어가면 위험하다."

이윤학 : "부채 규모가 자신의 연봉 수준을 넘어서는 안된다. 또 대출이 주택 가격의 30%를 넘어가면 위험하다. 우리나라 50대의 자산 비중을 보면 부동산이 75%가 넘는다. 모든 자산이 부동산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과도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지점장

─대출자들이 알아두면 좋을 팁이 있다면 들려 달라.

이천 : "연체하지 말아야 한다. 또 2금융권 대출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최근 대출 경향을 보면 신용등급이 좋은 사람도 대부업체를 이용한다. TV 광고를 보면 대부업체 대출이 간편하고 안전해 보이니까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대부업체를 이용하면 다음부터 1금융권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다."

김인응 : "신용등급을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좋은 직장에 취업해 안정적 수입이 있으면 좋은 신용등급을 받는다. 직장에서 승진해서 연봉이 오르면 은행에서 금리를 인하해주는 '금리인하요구권'이라는 제도도 있다. 자신의 가치를 높여 금리를 낮추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윤학 : "조사 결과를 보면 카드 대출 이용자 대부분이 취약계층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지 못하니 이자가 비싼 신용카드 대출을 쓰는 것이다. 이러면 노후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신용카드 대출은 금리가 높고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주니 가급적 활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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