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비(非)금융자회사 매각을 놓고 정부 부처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부 부처에선 해외 국부펀드에 매각을 추진하는 등 과감히 정리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주무부처와 산은은 섣부른 매각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 국부펀드 등에 매각해야 한다는 급진적 주장, 정부 일각서 나와
정부 관계자는 "최근 일부 부처에서 산은 자회사를 국부펀드나 해외에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쪽에서도 이런 주장이 제기된다"고 31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1년 등 매각 기한을 정해놓고 빠르게 자회사를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정부부처 간 논의에서 힘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우조선해양부실사태로 빚어진 산은 자회사 부실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조속한 매각이 필수적이고, 조속한 매각을 위해서는 인수 주체가 국내 자본인가 해외 자본인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인 셈이다.
정부 일각에서 해외 국부펀드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이유는 풍부한 유동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투자대상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국부펀드 자산규모는 7조2000억 달러(2015년 9월말)에 달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자산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의 큰 손인 국부펀드를 이용해 산은 자회사들을 넘기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 금융위원회‧産銀, "현실성 없다" 일축
반면 금융위원회는 산은 자회사 매각을 일괄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작년 10월말 순차적으로 자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발표했고 이 과정을 밟고 있다"며 "기존 입장에서 변화된 자회사 매각방침은 없고 해외 자본에 매각을 추진하는 것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산은 관계자도 "IPO(기업공개) 단계가 아니고 산은 자회사들은 투자를 목적으로 한 신생기업들이기 때문에 해외 글로벌 펀드가 관심을 가질만한 기업들이 아니다"라며 "국부펀드 등 해외 자본에 매각을 하겠다는 발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산은 자회사들은 재무구조가 부실화되면서 기업구조조정을 겪으며 자회사로 편입되거나 산은이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성을 보고 지분을 사들인 경우다. 산은이 조성한 PEF(사모펀드)가 신생기업 지원차원에서 자금을 투자한 곳도 많다. 이 때문에 현재로선 글로벌 펀드가 주목할 만한 기업가치를 보유한 곳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산은 비금융자회사 중 16개는 대우조선해양처럼 구조조정 과정에서 출자전환해 보유하게 된 회사다.
또 정부가 산은에 지분을 현물출자해줘 사실상 산은이 경영권을 주도적으로 행사할 수 없는 출자공기업(한국관광공사‧한국감정원)이 2곳이고 나머지 260개는 산은이 직‧간접으로 투자한 중소‧벤처기업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이 벤처중소기업에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산 경우들이 많아 매각을 추진해도 원매자들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벤처캐피털업계도 산은 자회사들을 해외 자본에 매각하는 방안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산은이 투자해 오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은 NPA(Non Profit Asset‧부실자산)들로 분류돼 수익이 나지 못한 곳들이 많은 현실"이라며 "이런 회사들을 우리 금융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와중에 해외 국부펀드들이 관심을 가질지 모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