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여름에는 대기(공기)보다 5℃ 정도 차갑고 겨울에는 10℃가량 따뜻하다. 이 같은 물과 대기의 온도 차(差)를 활용하면 여름에는 물로 실내를 식힐 수 있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할 수 있다. 이를 '수열 에너지 냉난방'이라고 한다.

열의 흐름으로 보면, 냉방 시에는 건물 내 열을 물로 방출해 실내 온도를 낮추고 난방 시에는 물로부터 열을 취득해 실내를 덥히는 방식이다. 이 같은 수열 냉난방은 열을 얻을 때 연료를 연소하지 않아도 돼 친환경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에너지처 정성엽 차장은 "수열 냉난방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고 여름철 더운 바람을 내뿜는 실외기로 인한 도심 열섬 현상도 방지할 수 있다"며 "전기·화석연료 대비 냉난방 비용을 20~50%까지 절감할 수 있어 경제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팔당댐 원수(原水) 이용해 제2롯데월드 냉난방

수열 에너지 공급원은 바닷물·하천수·하수·댐 저장수·발전소 냉각수 등으로 무궁무진하다. 전력 수요가 많은 도심에서는 지하 3~5m 아래 매설된 광역 상수도 관로 내 원수(原水·약품 처리 하지 않은 물)가 활용된다.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제2롯데월드에서는 2014년 11월부터 국내 최대 규모 수열 냉난방 시스템이 가동 중이다.

수자원공사는 제2롯데월드 운영사인 롯데물산과 협약을 맺고 팔당댐에서 흘러오는 수도권 광역 상수관로 내 원수(하루 120만t) 중 5만t가량을 송파대로 밑 수로관으로 돌려 통과하도록 했다. 이 원수는 롯데월드몰 지하6층 에너지센터에서 지름 80㎝ 수로관을 통해 유입되고 열교환기·히트펌프 등의 설비를 거친다. 이 과정을 통해 3000RT(냉동톤)의 냉난방 용량이 생성된다. 이는 물 전체 냉·난방 부하의 약10~20%에 해당한다. 수열 에너지만으로 롯데월드몰을 약 2시간 냉난방할 수 있는 정도다.

그래픽=김성규 기자

실내의 열을 빼앗거나 덧붙이는 역할을 하는 핵심 장치는 '히트펌프'다.

냉방 작동 시 히트펌프 압축기에서 기체 상태 냉매가 고온·고압 상태로 압축되고 이것이 응축기를 지나면서 액체로 변한다. 기체가 액체로 변할 때 열을 방출하는데, 원수관로에서 흘러온 물은 이 열을 흡수해 따뜻해져 되돌아간다. 원수가 냉각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열을 빼앗긴 액체 상태 냉매는 팽창 밸브를 지나면서 온도와 압력이 떨어진다. 이후 증발기를 거치면서 냉매가 증발(기화)하고 이 과정에서 주위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주변이 냉각된다. 순환 방향이 바뀌면 난방이 작동하게 된다.

◇수축열 시스템… 야간에 냉온열 생산·저장했다 주간 냉난방 사용

롯데월드몰에서는 여기에 수축열(水蓄熱) 시스템을 더했다. 심야 전력으로 히트펌프를 가동시켜 얻은 냉온열을 일종의 물 저장탱크인 축열조(9300㎥)에 저장했다가 주간 냉난방에 사용한다. 김재현 롯데물산 책임은 "수열 냉난방으로 연간 7억원 정도를 절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제2롯데월드 외에도 2006년부터 주암댐 발전동·밀양댐 관리동 등 총 12곳의 자사 사업장에 소규모로 수열 낸난방을 적용해 가동하고 있다. 소양강댐 물을 이용해 네이버 춘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영일 한국수자원공사 에너지처 팀장은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수자원을 농업, 교육시설, 도시 차원의 냉난방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수열 냉난방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