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진전을 보이면서 본격적인 협상을 앞둔 한진해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건물.

현대상선의 용선료(선박 임차료) 협상이 급진전을 보이면서, 비슷한 처지인 한진해운의 협상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한진해운의 협상도 순풍이 불 것이라고 예상이 나오지만, 현대상선과 협상 여건이 달라 낙관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대상선보다 협상해야 할 선주(船主)들이 더 많다는 점, 최근 용선료 체납으로 선박이 압류되는 등 선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점 등이 암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용선료의 70%를 차지하는 컨테이너선과 관련해 5개 선주사와 34척의 용선 계약을 맺었다. 이 중 3곳이 그리스계다. 이에 비해 한진해운은 58척의 컨테이너선을 빌렸는데, 독일계 선주 4곳에서 12척을 빌린 것을 비롯해 그리스(다나오스), 캐나다(시스팬), 일본(신토쿠), 터키(지네르), 영국(조디악) 등 선주들의 구성이 다양하다. 협상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돌발 변수가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에서 가장 난코스였던 조디악이 한진해운과의 협상에서는 어떤 협상 자세를 보일지 주목된다. 협상단도 현대상선과 차이가 난다. 현대상선은 외환 위기 당시 외채 협상 등에서 정부에 도움을 준 마크 워커 변호사에게 협상을 맡겼지만, 한진해운은 영국계 로펌을 선주들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혔다.

또 캐나다 시스팬에 용선료 1160만달러(약 137억원)를 체납하는 등 1100억원대의 용선료가 밀려 있는 점이 걱정거리다. 시스팬 측은 "밀린 돈을 갚지 않으면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4일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연체료 체납으로 벌크선 한 척이 억류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연체가 계속돼 만약 선박이 압류되거나 하면 최근 가입이 확정된 해운동맹(얼라이언스)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용선료 협상이 무산되고,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도 깨질 수 있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이 다음 달 말까지는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