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보험사 '오스카'(Oscar)는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들에게 개인의 운동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해 알려주는 '핏비트'(fitbit)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나눠준다. 고객들이 기기에서 제시하는 목표 걸음 수나 운동 목표를 달성할 경우엔 하루 1달러씩, 최대 월 20달러까지 보험료를 할인해준다.

또 다른 해외 보험사인 아비바(Aviva)는 고혈압, 당뇨, 우울증 같은 질병에 걸릴 확률을 예측할 때 기존에 활용하던 혈액·소변 샘플 같은 의료 진단 정보 대신 신용평가 보고서나 온라인 상에서 수집 가능한 라이프스타일 데이터 등을 활용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런 비(非)전통적 정보를 갖고도 질병과의 연관성을 밝혀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보험 심사에 드는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보험료도 낮출 수 있게 됐다.

이처럼 해외에선 핀테크를 활용한 다양한 보험 상품이 활발히 출시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핀테크 보험 시장은 아직은 초보 단계다. 하지만 최근, 관련 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손쉽게 보험료를 아낄 수 있다.

내비게이션만 켜고 달려도 보험료 인하

국내 보험업계에서 최근 핀테크 적용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자동차보험이다. 단순히 블랙박스를 설치하거나 주행 거리가 애초 기준보다 적을 경우 할인해주는 고전적인 방식에서 운전자 개개인의 운전 습관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동부화재는 지난 4월 말 국내 최초로 운전 습관 연계보험(UBI)을 활용한 보험상품을 출시했다. SK텔레콤과 제휴해 보험 가입자가 차량 내비게이션 앱인 '티맵'을 켜고 주행할 경우 운전 점수가 일정 수준(61점) 이상이면 보험료를 할인해 준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보험 가입 전에 점수를 제출하면 되고, 가입 후에 목표 점수에 도달할 경우엔 남아 있는 보험 기간에 대해 할인금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흥국화재도 KT와 손잡고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역시 모범운전자에게 보험료 할인 혜택을 줌으로써 장기적으로 급제동이나 급가속처럼 사고 위험을 높이는 운전 습관을 개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대해상은 만 6세 이하 어린이 자녀를 둔 운전자에 대해 보험료를 7% 할인해준다. 자사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린 자녀가 있는 운전자가 사고를 덜 낸다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운전자에게 혜택을 주는 상품도 있다. KB손해보험의 대중교통 할인 특약을 신청하면 최근 3개월 택시를 제외한 대중교통 이용실적이 15만원 이상이면 보험료의 10%를, 12만원 이상만 이용해도 4%를 할인(환급)해 준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자동차 운전자의 대중교통 이용 실적과 손해율 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해 보니, 이용 실적이 많을수록 안전하게 차를 모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운동하고 돈 벌고, 중금리 대출도 대상 확대

알리안츠생명은 해외 보험사들처럼 보험 가입자가 정해진 운동량을 달성하면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온라인으로 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휴대폰에 운동용 앱을 설치한 뒤 앱을 통해 매일 5000걸음 이상 걷고 몸에 좋은 녹색 음식을 먹은 것으로 확인되면 다음 달에 2000원을 환급해 주는 서비스다. 유료로 설치해야 하는 운동 앱을 1년 동안 공짜로 쓸 수 있는 것은 덤이다.

한화생명은 핀테크를 활용한 중(中)금리 대출상품을 선보였다. 소득과 신용 상태에 따라 직장인은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까지 연 4.5~13.5%의 금리로, 개인사업자는 300만~2000만원까지 연 4.9~12.9%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기존 보험사의 중금리 대출 상품의 경우 주로 대기업 직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었지만 대상을 중소기업 직원, 개인사업자까지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기존 신용평가 정보 외에 빅데이터를 활용해 중위 등급의 우량 고객을 발굴함으로써 대출이 가능한 대상을 확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값싼 온라인 보험은 자동차 보험의 전유물이었지만 최근엔 진화된 핀테크의 도움을 받아 생명보험사들도 앞다퉈 온라인·모바일 보험을 출시하고 있다. 가입이 편리하고 보험료가 싸다는 점이 장점이다.

KDB생명은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만 없으면 누구나 쉽게 온라인·모바일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간편심사건강보험'을 판매 중이다. 최근 3개월 내 입원 병력 등 간단한 3가지 질문만 통과하면 누구든 가입할 수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심사 기법을 도입함으로써 암보험의 경우 기존 오프라인 보험상품보다 보험료를 20~30% 정도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