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미국의 금리 인상 소식에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리고 난 뒤 글로벌 금융 시장의 상황을 지켜보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멤버들이 잇달아 6월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달러 가치가 빠르게 오르고 코스피에선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인상 전망만으로 이토록 시장이 술렁이지 않느냐. 정말 금리가 오르면 현기증 나게 시장이 흔들릴 것"이라는 의견과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이미 반영될 건 반영돼 정작 기준금리를 올리면 조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맞선다.
시장에선 올해 6월, 늦어도 9월엔 연준이 한 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이야 금리를 인상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초저금리인 상황에 어떤 투자 전략을 짜야 할까.
미국 금리인상이라는 큰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잘 올라타서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자산 운용 전문가 21명에게 물었다. 이들에게 6월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가정했을 때 '추천할 만한 투자 상품'과 '위험한 투자 상품'을 각각 3개씩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美 상장 ETF 사면 가격·환차익 '2중 수익'
자산운용 전문가들은 미국 달러가 금리 인상 소식에 5월 들어 달러당 40원 넘게 오르긴 했지만 금리가 실제로 오르면 달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달러에 투자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달러 예금에 돈을 넣거나 한국 증시에 상장된 달러 ETF를 사는 것이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조재영 부장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달러 ETF를 사면 달러 가치 상승 효과를 두 번에 걸쳐 볼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 상장된 대표적인 달러 ETF인 '파워셰어즈 도이치방크(DB) US 달러 불리시 ETF(종목 코드 UUP)'는 미국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가격이 상승하므로 달러 가치가 오르면 수익이 난다. 그런데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에 투자하려면 달러로 투자해야 하므로, 환 차익이 추가로 생긴다.
달러 외에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상품은 미국 뱅크론 펀드였다. '뱅크론'은 금융회사가 투자적격등급(S&P 기준 'BBB' 등급) 미만의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받는 대출 채권을 뜻한다. 뱅크론 펀드는 은행의 대출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이론적으로 은행의 대출 금리도 오르기 때문에 펀드 수익률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뱅크론 펀드 중에는 이스트스프링 뱅크론 펀드(6개월 수익률 2.8%), 프랭클린 미국 금리연동(6개월 수익률 3.8%) 등의 수익률이 좋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이 밖에 글로벌 배당주에 투자하는 글로벌 인컴(배당)펀드와 파생상품에 일부 투자해 주식 가격이 내려갈 때 손실을 줄여주는 롱숏펀드 등을 '미 금리 인상 수혜 상품'으로 추천했다. 금리가 오르면 주식 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우려가 있는 가운데, 배당이나 헤징(파생상품을 통한 위험 상쇄) 혹시라도 있을 수익률 하락에 '안전장치'를 해두는 것이 좋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물가 상승률에 수익률이 연동되는 'TIPS(물가연계채권) 펀드'도 미국 금리 인상 자체가 '저물가 기조가 끝났다'라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추천 상품에 올랐다. 우리은행 본점영업부 박일건 PB는 "미국이 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요인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만약 그 이유가 '물가의 상승'이라면 TIPS 펀드가 더 유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를 사는 방식이 가장 간단하며 블랙록이 운용하는 '아이셰어즈 TIPS 채권 ETF(코드명 'TIP')가 대표적인 TIPS ETF로 꼽힌다.
금·부동산·신흥국 채권은 조심해야
지난해까지 한동안 계속 하락하던 금값은 올해 들어 5월 초까지 20% 정도 올랐는데, 전문가들은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경우 원자재, 그중에도 금 투자에 좀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일단 가격이 단시간에 너무 오른 데다, 달러와 가격이 반비례한다는 특성을 감안하면 굳이 금리 인상 시점에 투자를 늘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었다. 실제로 미국 금리 인상설이 본격화하자 지난 24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이 전일보다 1.7% 내려가는 등 금값 불안 조짐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미국 금리가 인상될 경우 한국을 포함한 중국·브라질 등 신흥국 주식에선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되도록 투자를 줄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동안 저금리 대출의 수혜를 입어온 부동산이나 리츠(REITs·부동산 투자 회사) 펀드 등 부동산 관련 투자도 금리가 계속 오르면 불리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SC제일은행 WM투자자문부 한태희 부장은 "그동안 장기간 저금리 환경에서 상승세를 지속하던 부동산 가격은 투자 대상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일반적으로 매력도가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금리가 올라가면 가격이 내려가는 채권에 대해선 '경기 개선으로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줄어들 것이므로 안전하다'는 의견과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비례하는 것이 공식'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그러나 신흥국 채권에 대해선 투자하지 말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 은행의 PB는 "신흥국은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가격 하락과 통화 가치 하락이라는 두 개의 악재에 동시에 노출되게 된다"며 "브라질을 포함한 신흥국 채권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설문 참여해주신 분들= 국민은행 김현식(강남스타PB센터 팀장)·신동일(도곡스타 PB센터 팀장)·박선원(명동스타 PB센터 팀장), 신한은행 이주리(PWM 프리빌리지 강남센터 팀장)·김상호(PWM 일산센터 팀장)·박은정(PWM 대전센터 팀장), 우리은행 김송미(성서금융센터 PB)·지여옥(여의도북지점 PB)·박일건(본점영업부 PB), KEB하나은행 박규석(해운대동백지점 PB팀장)·양재혁(강남파이낸스 PB센터)·윤선주(분당지점 PB팀장), SC제일은행 김미선(WM투자부문 Wealth Advisor)·한태희(WM투자부문 Wealth Advisor), 대신증권 장영준(압구정지점 부지점장)·이경아(수지지점 이경아 부지점장), 삼성생명 김성봉(WM리서치팀장), 한국투자증권 신승우(해운대PB센터 PB)·최영환(강남센터 PB), NH투자증권 조재영(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부장)·김동의(대치WMC 김동의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