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벳 힌리커스 '트랜스퍼와이즈' CEO는 "스타트업은 지금 현재의 사회적 문제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번이라도 해외 송금을 해 본 사람은 왜 은행이 수수료 때문에 비판을 받는지 절감한다. 100만원 이하 소액 송금에 은행이 떼가는 송금 수수료는 무려 3만~8만원. "10만원 부치려다 수수료만 40달러(4만7000원)를 냈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18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7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만난 타벳 힌리커스(Hinrikus·35)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 최고경영자(CEO)는 "나도 송금 한 번에 25유로(3만3000원)씩 수수료를 내던 사람"이라며 "어느 날 '이게 얼마나 불합리한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 길로 창업에 나섰다"고 했다. 트랜스퍼와이즈는 IT(정보기술)의 힘으로 송금 수수료를 확 낮춘 핀테크(Fintech·IT 혁신에 기반한 금융 사업) 업체다. 회사 이름도 '현명하게 송금하라'는 의미로 지었다.

힌리커스 CEO는 "유럽에선 200유로(26만3800원) 이하 송금액은 1유로(1318원), 200유로 초과 금액은 전체 송금액의 0.5%를 수수료로 받는다"며 "기존 은행 수수료의 10~15%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는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100만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했으며, 매달 송금액은 7500만달러(887억원)에 달한다. 2011년 런던에서 창업한 지 5년 만에 세계 최대 송금 전문 핀테크 업체로 성장했다.

수수료를 확 줄일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힌리커스 CEO는 "서로 반대 방향의 송금 수요가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연결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1200만원을 달러로 바꿔 미국의 자녀에게 송금하려는 학부모 A가 있고, 미국에서 1만달러를 한국의 부모님에게 송금하려는 사업가 B가 있다면, A는 B의 부모님에게, B는 A의 자녀에게 돈을 넣어주도록 연결해 준다. 즉 나라 간 송금을 국내 송금으로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송금 방식은 기존의 '환(換)치기'와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있다. 실제 돈이 국경을 넘지 않기 때문이다. 힌리커스 CEO는 이에 대해 "우리는 외환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해 금융 당국에 보고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낡은 송금 시스템을 통해 불합리한 수수료를 물리는 게 더 문제"라고 반박했다.

은행의 기존 송금 시스템은 송금 은행과 중개 은행, 수신 은행의 3단계를 거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송금 은행이 '송금 수수료', 중개 은행이 '중개 수수료', 국제금융통신망(SWIFT)이 '통신망 이용 수수료', 수신 은행이 '수신 수수료' 등 4중의 수수료를 뗀다. 힌리커스 CEO는 "은행들이 1970년대에 나온 송금 방식을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고집하고 있다"면서 "이는 혁신은 제대로 안 하면서 돈만 벌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랜스퍼와이즈는 지난 3월부터 국내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 외환 규제로 외국에서 한국으로 송금하는 것만 가능하다. 미국의 A씨가 트랜스퍼와이즈에 돈을 보내면, 트랜스퍼와이즈의 국내 제휴 업체가 B씨 계좌에 돈을 송금하는 식이다. 힌리커스 CEO는 "한국엔 200만명에 달하는 외국인이 있고 해외에는 수백만명의 교포와 유학생이 있지만 (정부 규제로) 제한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핀테크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조언도 했다. "스타트업이 성공하려면 지금 벌어지는 사회적 문제와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나도 송금 수수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바꾸려고 노력한 덕분에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는 "우리 회사의 궁극적 목표는 '수수료 없는 송금'"이라며 "그런 날이 오면 설사 우리 회사가 망해 사라진다 해도 매우 기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