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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과 중국 법원에 특허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4세대(4G) 이동통신 관련 특허를 허락없이 사용해 휴대폰을 제조했다는 게 소송의 이유다.

블룸버그통신,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주요 외신은 24일(현지시각) 화웨이가 “자사가 보유한 4G 이동통신의 업계 표준과 관련된 특허 11건을 삼성전자가 침해했다”며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소장에서 “삼성전자가 휴대폰 제조 과정에서 화훼이의 이동통신 관련 특허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무단으로 이용해 수십억달러의 이익을 챙겼다”며 현금 배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화웨이가 삼성 제품의 미국 내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소장에 포함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화웨이는 미국 법원에 제기한 것과 비슷한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중국 선전 인민법원에도 제기했다. 윌리엄 플러머 화웨이 미국법인 대외업무 부사장은 “이런 길(소송)을 가야만 한다는 게 안타깝지만, 특허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 노력을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플러머 부사장은 “우리는 라이선스 협상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선호한다”면서 “애플, 퀄컴, 에릭슨 등의 기업과는 특허 사용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삼성전자가 입장을 묻는 질문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화웨이는 성명서에서 “화웨이는 이동통신 네트워크에 관한 표준 특허들을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라이선스할 용의가 있다”면서 “그러나 자사 기술을 라이선스 없이 사용하는 기업으로부터는 합리적인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화웨이가 삼성전자(005930)의 핵심기술을 사용하길 원해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BBC는 딩 지안싱 화웨이 지적재산 책임자가 “화웨이는 수많은 경쟁 기업들과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3898건의 특허를 신청해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미국 퀄컴(2442건), 중국 ZTE(2155건), 삼성(1683건) 순이었다.

블룸버그는 “화웨이는 매년 수익의 1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고 전했다. 화웨이 직원 17만명 가운데 R&D 관련 인력은 절반에 가까운 8만명 수준이다. 국내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중국의 작은 중소기업이었던 화웨이가 삼성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도 이 회사의 위상이 얼마나 커졌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