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에서 카드 신규 발급을 신청한 안재현(36)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은행 직원이 난데없이 “리볼빙(결제금액 이월 약정) 서비스에 가입해야 발급이 가능하다”며 동의 서명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안씨는 “계좌에 잔액이 충분해 리볼빙 서비스가 전혀 필요 없는데 해당 직원이 통사정을 하는 바람에 결국 응해줬다”면서 “리볼빙 가입을 하지 않으면 카드 발급 자체가 안 된다니 사실상 ‘리볼빙 꺾기’가 아니냐"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카드 소비자들 사이에서 ‘리볼빙 꺾기'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리볼빙 꺾기란, 카드 신규 발급시 리볼빙 서비스 가입을 강요하는 신종 영업 행태를 말한다. 이는 사실상 불법 행위이지만, 카드사들은 소비자에게 거의 반강제적으로 가입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대금 중 일부만 결제하되, 남은 금액은 일정 수수료를 내고 다음달로 결제를 연장하는 카드 서비스를 말한다.

카드사들은 리볼빙을 이용하면 카드 대금 연체로 신용 등급이 떨어지는 위험을 막을 수 있어 소비자에게 유리한 서비스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소비자 금융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카드사 입장에선 리볼빙으로 적잖은 수수료 수입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서비스 가입을 반강제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카드사들은 해당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다는 사람들에게까지 서비스 가입을 강요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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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등급 높은 소비자는 리볼빙 필요 없어

카드사들은 연 최저 5.44~6.9%, 최고 21.9~26.9% 사이에서 리볼빙 금리를 책정한다. 법정최고금리인 연 27.9%와 카드사 리볼빙 최고 금리에 큰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리볼빙을 이용할 때보다 더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소비자라면 다른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낫다.

이경원 여신금융협회 소비자보호부장은 “리볼빙 서비스는 카드사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리스크가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인 소비자들에게만 권한다”면서 “해당 소비자들의 경우 제1금융권(은행)에서 더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받아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이어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할 때 금리와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다른 대출을 사용했을 때의 금리를 꼼꼼하게 비교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 금융 전문가는 “리볼빙 서비스는 자금 유통 수단으로 이용하기에는 고객에게 적용되는 금리 부담이 크고 고금리에 카드 대출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에 공유가 되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내려갈 위험이 있다”면서 “급히 필요할 때만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