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강원도 원주 기업도시에서 각각 아파트 700여가구를 지을 수 있는 공동주택용지 2개 필지가 분양되자 건설사와 시행사들이 몰려들어 두 필지 모두 경쟁률 110대1을 기록하고 팔려나갔다. 지난 3월 분양한 인근 2개 부지도 각각 71대1, 44대1의 경쟁률로 팔려나갔다. 건설사들이 원주로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롯데건설과 호반건설이 분양한 아파트들이 완판되면서 땅을 확보하려는 건설사들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원주 기업도시 관계자는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는 시장에 나왔다 하면 전국 각지에서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수천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고전하고 있는 다른 지방 부동산 시장과는 달리 원주는 주택 거래와 집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토지 시장도 활황세다. 신규 분양 시장에서는 '완판 단지'가 속출하면서 아파트 공급도 늘고 있다.

원주, 전국 유일 기업·혁신도시 동시 추진

원주의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3~4년 사이 민간 기업과 공기업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원주의 산업·인구 지형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원주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기업도시와 혁신도시가 함께 조성되는 도시다. 원주 지정면, 호저면 일대 529만㎡ 부지에 들어서는 기업도시에는 인성메디칼, 네오플램, 은광이엔지 등 26개 업체가 현재 입주를 완료했거나 입주 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말까지 1만여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원주 반곡동·관설동 혁신도시에는 올해 말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13개 공공 기관 이전이 마무리된다. 인구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원주의 인구는 2010년 말 31만4000명 수준이었다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33만7700명으로 늘어 5년여 만에 2만3700명(7.5%)이 늘었다. 3년 연속 강원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늘어난 곳이 원주다.

고준석 신한은행 PWM프리빌리지 서울센터장은 "원주는 과거 '군사도시'의 이미지가 강하고 땅값이 저평가되어 있었다"며 "하지만 원주 혁신도시·기업도시 사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최근 일자리가 늘어나고, 30~40대 젊은 층 인구도 유입돼 부동산 시장도 함께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뜨거운 강원도 원주 부동산 시장

원주의 산업·인구 지도가 바뀌면서 아파트 분양 시장에도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롯데건설이 지난해 11월 원주 기업도시에서 분양한 '원주 롯데캐슬 더 퍼스트 1차'는 1243가구는 5일 만에, 지난 1월에 분양한 2차 단지 1116가구도 모두 팔렸다. 롯데캐슬 더 퍼스트 2차 단지 분양권에는 최대 2000만원 정도의 웃돈이 붙어 있다. 아파트 신규 공급도 줄 잇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원주에서는 지난해보다 73% 늘어난 7256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지난 20일 '원주 봉화산 벨라시티 2차'가 분양을 시작했고, 다음 달 '원주 기업도시 라온 프라이빗', 7월 '원주 혁신도시 중흥 S-클래스' 등이 선보인다. 원주의 기존 주택 거래 시장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1~4월 원주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65%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상승률(0.21%)과 지방 5대 광역시 상승률(0.12%)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제2영동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 강남까지 50분대

원주는 서울과 상대적으로 가까이(직선거리로 100㎞ 안팎)에 있으면서도 행정구역은 강원도여서 '수도권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입지적인 강점을 갖고 있다. 충남 당진과 아산이 원주와 비슷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 다만 원주는 영동고속도로를 제외하면 마땅한 광역 교통망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원주는 2018년 평창올림픽의 영향으로 교통 인프라가 대거 확충되고 있다. 오는 11월 경기 광주와 원주를 잇는 제2영동고속도로가 뚫리면 서울 강남에서 원주까지 50분대에 이동이 가능해진다. 내년 개통을 앞둔 중앙선 고속철도(인천공항~서울 용산~청량리~서원주~강릉)를 이용하면 서울 청량리에서 서원주역까지 30분대에 도착할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기업 수와 젊은 인구가 증가하면 지역 경제와 함께 부동산 시장도 활기를 띠기 마련"이라며 "원주와 수도권을 잇는 광역 교통망까지 추가로 구축되고 있어 원주의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