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열린 5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민간 사업자 단독으로 추진하는 케이블카 사업을 허용키로 함에 따라 전국적으로 케이블카 사업에 속도가 붙게 됐다. 지금까지 케이블카 사업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추진하거나 민관(民官) 공동이어야만 가능했다.

지자체들은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민간이 요청하는 케이블카 사업을 허가해주고 싶어 한다. 스위스·호주 등 외국에서도 케이블카 설치로 관광객이 급증한 사례가 많다. 하지만 재정이 부족한 지자체 입장에서 적자가 날 것을 우려해 공동 추진을 꺼려왔다.

현재 국립공원이 아닌 지역에서 민간 사업자가 단독으로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 중인 곳은 충북 제천 비봉산과 대전 보문산, 강원 속초 대포항, 전남 목포 유달산 등 전국 13곳이다. 국립공원이 아닌 지역은 케이블카 사업 인허가권을 지자체가 갖고 있어 케이블카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통영 관광산업 살린 '미륵산 케이블카'

관광산업 측면에서 케이블카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 '케이블카 경제학'의 위력이 확실하게 입증된 대표적인 곳이 경남 통영이다. 통영시가 2008년 4월 미륵산 케이블카를 설치한 이후 관광객이 급증했고, 개장 이후 이달 17일까지 관광객 1011만여명(연평균 126만명)을 태웠다. 통영의 관광객도 2007년 464만여명에서 2015년 660만여명으로 42% 늘었다. 통영시는 케이블카가 통영시 지역 내 총생산(GRDP·약 4조51억원)에서 4.2%를 기여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각 지자체에선 사업이 완공되면 케이블카가 대표 관광 상품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충북 제천시이다. 제천에선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청풍호 그린케이블카'(사업비 371억원)가 건설되고 있다. 청풍면 물태리에서 비봉산(해발 531m) 정상까지 2.3㎞ 구간에 10인승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제천시는 연간 100만명 정도가 케이블카를 이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 광안리 앞바다에서는 세계 최장(最長) 해상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민간회사인 '부산블루코스트'는 부산 남구 용호동 이기대공원에서 해운대해수욕장 동백유원지까지 4.2㎞ 구간에 35인승 해상 케이블카를 건설하는 내용을 담은 사업 제안서를 18일 부산시에 제출했다. 회사 측은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연간 300만명 안팎의 관광객이 이용하고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6400억원, 고용유발 효과는 1만8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알프스·밀림에도 케이블카 설치

외국의 명산이나 관광지에는 케이블카가 설치된 경우가 많다. 스위스 알프스에 위치한 마터호른(Matterhorn·4478m)에도 산악 마을 체르마트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가 정상까지 설치돼 있다. 마터호른에 설치된 케이블카는 스키를 들고도 30~40명씩 탈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스위스 알프스에는 케이블카 외에도 1912년 개장한 융프라우 산악 열차가 유럽 최고 고도(3454m)에 건설돼 연간 관광객 80만명을 끌어들이고 있다. 프랑스 샤모니의 몽블랑(4810m)에도 정상 전망대까지 케이블카가 놓여 있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인 호주 열대 우림에도 '쿠란다(Kuranda) 스카이레일'이라는 케이블카가 놓여 있다.

이 케이블카는 1995년 개장한 이래 매년 연간 200만명이 방문했다. 총 7.5㎞ 구간을 이동하는 데 42분이 걸린다.

◇환경 단체 "케이블카는 환경 훼손"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케이블카 건설은 여전히 쉽지 않다. 이번 규제 개혁에도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면 여전히 환경 전문가 등이 포함된 각종 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하고, 환경 단체 반발도 만만치 않다. 환경 단체들은 "국립공원이나 도심 근교 산에선 주말마다 줄을 서서 등산하는데, 케이블카까지 설치하면 환경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오히려 등산객이 모든 산을 헤집고 다니는 일이 줄고, 입장객 수를 통제할 수 있어 오히려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산에케이블카든 등산로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분명하게 정해놓고, 나머지 공간은 철저하게 통제하면 환경 보존에도 더 도움 될 것"이라며 "케이블카 등을 통해 국토와 자원을 잘 개발하면 끊임없이 재판매가 가능한 서비스 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