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나 뇌경색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 치료제에 대해 임상 2상만 거쳐도 판매할 수 있는 '조건부 허가' 제도가 마련된다. 메르스나 지카바이러스 등 신종 감염병과 생물테러 등에 사용하는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약품'도 동물시험 자료만으로 유효성을 평가해 신속하게 공급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18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바이오헬스케어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식약처는 "2024년 바이오의약품과 의료기기를 합한 바이오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2조6100만달러(약 3000조원)로 국내 수출 주력산업인 반도체, 화학, 자동차 전체 시장 규모보다 더 커질 것"이라며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바이오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신종 감염병 출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규제혁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 생명 위협 질환 치료제 임상2상만으로 판매 '조건부 허가' 확대
식약처는 우선 알츠하이머 치매나 뇌경색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 치료제에 대해 임상 2상 시험 자료만으로 판매 허가할 수 있는 '조건부 허가' 제도를 확대한다. 의약품 판매 승인은 보통 임상 3상까지 거쳐야 하는데 조건부 허가는 임상 2상 자료만으로 심사 후 우선 판매를 허가하되 판매된 뒤 임상 3상 시험자료를 받는 제도다.
임상 3상은 수백~수천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는 단계다. 현재 조건부 허가 제도 대상 의약품은 항암제나 희귀의약품, 피부세포치료제에 제한돼 있다.
식약처는 조건부 허가 제도를 확대하기 위해 이달 중 '획기적 의약품 등의 개발지원 및 허가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입법예고하고 7월에는 '생물학적제제 등의 품목 허가 심사규정(고시)'을 개정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또 신종 감염병과 생물테러 등에 사용하는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약품'의 경우 임상시험이 불가능한 현실을 감안해 동물시험 자료만으로 유효성을 평가해 공중보건 위기시 치료제를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
식약처는 "임상시험이 불가능한 의약품으로는 핵물질이나 생화학무기, 감염병, 산업상 재해로 인한 화학물질 누출 등에 사용하는 의약품"이라며 "의약품의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균에 노출하는 임상시험이 윤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먼저 치료제를 공급하고 유효성 자료를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바이오의약품 개발 기간 최대 70일 단축
제약회사와 연구기관의 바이오의약품 개발 기간을 줄이기 위한 제도도 마련된다.
식약처는 바이오의약품의 신속한 시장 진입을 위해 품목허가 신청 이후에만 진행했던 GMP 현장실태조사를 허가 신청 이전에도 실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GMP 현장실태조사는 식품의약품의 제조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 원료의 입고와 출고 등 제조 공정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다.
그동안 바이오의약품 품목 허가 신청 전 '사전 검토' 대상에 GMP 실태조사가 포함돼 있지 않아 제품 판매 허가를 받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식약처는 이번에 GMP 실태조사를 사전 검토 대상에 포함해 바이오의약품의 출시 기간을 최대 70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식약처는 또 의약품의 임상시험계획서 승인 기간을 67일에서 55일로 단축키로 했다. 제약회사가 임상시험을 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 설계방안과 계획서를 식약처에 제출해 승인받아야 한다. 식약처는 제약회사가 제출한 임상시험 계획서 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데, 보완 요구 전 사전 협의 절차가 없어 임상시험계획서 보완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식약처는 전문가, 기업이 참여하는 '사전검토 체계'를 마련해 임상시험 승인 기간을 줄이기로 했다.
◆ 난치성 질환 치료 고가 의약품, 건강보험 적용 전에 무상으로 공급
식약처는 난치성 질병 치료에 사용하는 값비싼 혁신 신약이 건강보험 적용 전에도 무상이나 저가로 공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그동안 값비싼 난치성 질병 치료제의 경우 판매허가를 받아도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약가에 등재되기 전에는 보험 적용을 받지 못했다. 응급 환자들은 비싼 값을 주고 치료제를 구매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이 있었다.
식약처는 "난치성 질병 치료 등에 사용하는 의약품으로 효과나 안전성이 월등히 개선된 제품(획기적 의약품)이 지원 대상"이라며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또는 난치성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부담을 줄이려고 제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배아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시 사용하는 배아세포 기증자의 병력정보를 확인하지 않아도 배아세포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기증된 지 오래된 배아세포는 병력확인이 어려워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개발에 활용하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배아세포의 안전성을 간접적으로 평가하는 대체시험 가이드라인을 올해 8월까지 만들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활성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