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7일 삼성중공업(010140)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는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17.6%)다.

삼성중공업은 이날 저녁 재무구조 개선 자구안을 제출하기는 했지만, 자구안에는 삼성전자 등 그룹 차원의 유동성 지원 계획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이동걸 회장은 궁극적으로는 그룹 차원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 때문에 자구안을 반려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동걸 회장 “삼성그룹, 삼성중공업 포기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조선비즈와 만나 “삼성중공업의 문제는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이 부회장의 결정과 해결 방향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 다른 조선사들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해결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경쟁사에 비해 해양플랜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때문에 추가 부실이 나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전체 사업 비중의 50% 이상이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있는 해양플랜트 사업에 집중돼 있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이 삼성중공업의 경영권을 포기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런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신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꼬리자르기를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삼성의 브랜드 가치와 연계되는 문제고 삼성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들은 삼성중공업이 삼성그룹 내에서 순환출자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지 않고 삼성전자의 자회사로 단순 편입돼 있다는 점, 또 삼성전자가 보유한 지분이 적다는 점을 우려한다.

반면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와 주요 주주들은 모두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로, 삼성전자는 삼성중공업의 지분을 17.6% 보유하고 있다. 또 삼성생명은 3.38%로 2대 주주다. 삼성생명은 별도의 특별계정으로 삼성중공업 지분 0.01%(보통주 1만4326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전기(2.39%), 삼성SDI(0.42%), 삼성물산·제일기획(각각 0.13%) 등도 삼성중공업의 주주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의 주요주주들은 오너 일가의 지분이 있는 회사”라며 “그만큼 추가 투자 및 부실 처리를 놓고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정문

◆ 삼성중공업, 17일 저녁 자구안 제출…자산 매각 등 포함

한편 이날 삼성중공업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했다. 임원진 및 조직 축소 개편과 희망퇴직을 통한 추가 인력 감축이 포함됐고 임금 동결 및 삭감, 순차적으로 선박건조대를 잠정 폐쇄하는 방안과 비핵심자산 매각 강화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계열사가 채권단에 구조조정방안(자구방안)을 제출한 것은 17년 전 삼성자동차 사태 이후 처음이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두산엔진 지분을 매각하는 등 현금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또 거제삼성호텔을 포함해 각종 설비를 매각할 계획이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유동성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더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금 상환의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의 분석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올해말 부채비율은 252%, 내년 만기가 오는 회사채 규모는 6000억원 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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