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삼성중공업(010140)의 재무구조 개선과 관련해 삼성그룹 차원의 자구안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17일 밝혔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가 삼성전자(005930)인 만큼, 삼성전자가 어느 정도는 추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그룹 차원의 지원책 없이 채권단의 희생만을 강요할 경우 채무재조정이나 지원책 등을 받아줄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LNG선

◆ 채권단·금융당국 “삼성그룹이 나서서 해결해야”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채권단과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삼성그룹에서 그룹 계열사를 어떻게 지원할지, 사업 재편이나 자산매각 등의 방향은 어떻게 될지, 추가 지원책은 어떤 방식으로 가져갈지를 최종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진행 중인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부실이 발생해 유동성 위기가 예상되는 상태다. 삼성중공업은 이번주 중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자구계획안을 제출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의 경우 최대 주주가 삼성전자이고 삼성전자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데 삼성중공업의 위기를 그대로 두고 본다는 것은 삼성그룹의 평판(레퓨테이션) 차원에서도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당연히 그룹의 고통분담이 수반되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삼성중공업 실사를 진행하고 이후 산업은행은 채권단회의를 열어 삼성중공업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의 금융권 총 위험노출액(익스포져)은 산업은행이 1조원, 수출입은행이 4조3000억원 가량이다.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KEB하나은행이 1조원 이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권단이 삼성중공업을 지원할지 아니면 자구안에 따라 그룹내에서 이를 해결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예단하기 힘든 상태”라면서 “앞으로 산은과 채권단, 회사를 중심으로 해결방안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삼성전자·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가 모두 삼성중공업 주주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삼성중공업의 위기를 그룹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와 주요 주주들이 모두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이나 지원책이 발표될 경우에는 모두 ‘최대주주의 고통분담 원칙’이라는 대전제가 강조돼왔다. 이번에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게 채권단과 정부, 금융당국의 일관된 주장인 셈이다.

금융당국과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로 삼성중공업의 지분을 17.6% 보유하고 있다. 또 삼성생명은 3.38%로 2대 주주다. 삼성생명은 별도의 특별계정으로 삼성중공업 지분 0.01%(보통주 1만4326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전기(2.39%), 삼성SDI(0.42%), 삼성물산·제일기획(각각 0.13%) 등도 삼성중공업의 주주다.

채권단 관계자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자구책이 나와야한다는 것”이라며 “삼성중공업이라는 회사를 봤을 때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이 어떤 자구책을 가져오지 않는데 채권단이 유동성을 지원한다든가 상환유예라는 혜택을 주는 게 합리적이고 상식적인가에 대해 판단을 하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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