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0여 개 고속버스 터미널을 운영 중인 금호터미널 매각을 둘러싸고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이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금호터미널은 현재 3000억원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매년 100억원 안팎 영업이익을 내는 우량 회사로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했다가 최근 금호기업에 팔았다.

금호석화는 지난 9일 "금호터미널을 금호기업에 2700억원에 매각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의 공문을 아시아나항공 앞으로 발송했다. 금호터미널을 박삼구 회장이 최대 주주인 금호기업에 넘기고 양 사를 합병하기로 한 것은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호석화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지배하는 회사로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를 보유한 주주이다.

금호석화 측은 "금호기업이 지난해 금호산업을 인수하면서 빌린 인수 금융(5000여억원)을 상환하기 위해 금호터미널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이 헐값 매각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금호석화는 아시아나에 대해 금호터미널 매각 관련 이사회 회의록과 부속서류, 금호터미널 가치 평가 관련 서류 등 각종 자료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아시아나항공은 13일 금호석화 주장을 반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13일 내놓은 공식 답변에서 "관련 법령과 정관을 준수해 이뤄진 적법한 거래"라며 "이사회 회의록만 열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석화의 왜곡된 주장이 주주로서의 정당한 권리 행사인지 의문이며 이 같은 일방적 주장이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호석화는 이에 대해 "이사회 열람만으로는 금호터미널 매각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매우 미흡하다"면서 "법적 조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