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10시 경기 판교신도시 운중동 단독주택 밀집 지역. 금토산을 뒤로 낀 주택가에 줄지어 들어선 각양각색의 단독주택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색색의 벽돌과 금속, 목재, 콘크리트 등 다양한 고급 마감재만 봐도 평범한 집이 아니란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높은 외벽으로 둘러싸여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는 집이 있는가 하면, 탁 트인 정원에 그네를 걸어 둔 전원풍 주택은 이방인들에게 충분한 눈요깃거리가 될 것 같다.

경기 판교신도시 운중동 단독주택.

경기 판교신도시는 ‘판교 비버리힐스’라 불릴 정도로 고급 단독주택이 밀집해 있다. 학군도 잘 형성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췄다는 장점이 널리 알려진 뒤로 최근에는 30~40대가 찾는 추세다.

◆ 3040 몰리는 ‘판교 비벌리힐스’

경기 판교신도시 판교동 단독주택.

판교신도시 단독주택은 주로 서판교 지역인 운중동·판교동에 집중돼 있는데, 이 일대만 1100여채의 단독주택이 들어서 있다. 뒤편에는 금토산이 있고, 중심부에는 운중천이 흘러 일부 블록은 풍수지리에서 명당의 전형으로 꼽히는 배산임수의 입지를 갖췄다. 주변 자연 환경이 뛰어난 데다, 서울과 통하는 도로 이용도 편리해 주거지로서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필지 분양가는 3.3㎡당 800만원대였지만 현재 땅값이 두 배 가까이 뛰어 3.3㎡당 평균 1500만~1600만원을 호가한다. 선호도가 가장 높은 5블록의 경우 3.3㎡당 1800만~2200만원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다. 현재 90% 이상 주택이 들어선 상태고, 나머지 땅도 건축이 진행되고 있거나 예정돼 있다. 필지 면적은 231~264㎡가 많다.

대부분 건축비가 3.3㎡당 600만원 이상 들어가는 고급주택으로 지어져 완성주택 가격도 상당한 수준이다. 운중동 재성공인 송주헌 대표는 “5블록 주택은 대지면적 264㎡를 넘는 것들이 많은데, 보통 22억원에서 25억원 사이에 호가가 형성됐다”면서 “인근 6블록 주택도 집주인들이 대지면적 231㎡을 기준으로 20억원 이상 부른다”고 했다.

만만치 않은 집값을 감당하고 사는 사람들은 누굴까.

이곳에는 중소기업 사장, 대기업 임원은 물론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도 대거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명보 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과 서정원 수원 삼성 블루윙즈 감독, 영화배우 신하균씨, 탤런트 김영철씨 등 유명인도 많이 살고 있다.

경기 판교신도시 판교동 단독주택가.

특히 택지 조성 초기에 50대 이상이 주를 이루던 데서 벗어나, 최근에는 30~40대가 이곳으로 이주해오고 있다. 유모차나 장난감 자동차, 어린이용 자전거 등을 정원에 두고 있는 주택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운중동 금은고공인 관계자는 “택지 조성 초기에는 기반시설이 부족했지만, 지금은 괜찮은 학군이 자리를 잡은 데다, 자신의 개성이 담긴 집을 바라는 30~40대 젊은 세대가 많이 이사 와 동네가 전보다 젊어졌다”고 했다. 그는 “이 지역 단독주택 건폐율(50%)과 용적률(최대 100%)을 감안하면 1개 필지 안에 넓은 정원을 갖기가 힘든데, 50대 이상 주민들 중에는 이런 점에 실망해 팔고 나간 사람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판교동 단독주택에 사는 조모(47) 씨는 “장애아동을 키우고 있어 2년 전부터 층간소음 걱정이 덜한 단독주택에서 살게 됐다”면서 “주변 학군이 괜찮아서 그런지, 북적거리지 않는 환경을 선호하는 30~40대 주민들이 주변에 꽤 많이 산다”고 말했다.

◆ 50대 이상은 상가주택 관심…공실에 낮은 수익률 시달려

경기 판교신도시 운중동 상가주택.

판교신도시에는 점포전용 단독주택(상가주택)도 600여채가 들어서 있다. 이 역시 대부분 서판교 지역에 몰려 있는데, 주거전용 단독주택에 미치진 못하지만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개성 있는 디자인을 가진 건물이 많다. 투자처를 찾기 힘든 저금리 시대인 까닭에 상가주택 몸값도 뛰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말을 종합하면 상가주택은 대지 264㎡ 안팎에 들어선 건물이 많은데, 20억~25억원을 호가한다. 2년 전보다 평균 2억~3억원이 오른 것이다. 하지만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빈 점포가 꽤 있고, 수익률도 높지 않는 것이 한계다.

실제 서판교 상가주택 밀집 지역에선 1층 상가 자리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서판교 중심상권인 운중동 주민센터 부근에서 멀어질수록 임차인을 찾는 상가 점포는 더 많이 눈에 띈다. 상가 임대료는 전용 115㎡ 기준 보증금은 5000만원이며 입지에 따라 월 임대료는 150만~300만원 선이다.

경기 판교신도시 운중동의 한 상가주택 건물 1층 유리창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FR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최근 판교신도시 상가주택의 평균 수익률은 연 2.87%로, 예·적금 이율인 연 1~2%와 큰 차이가 없다. 서판교인 운중동 상가주택의 경우 연 2.79%로, 지난해 초(2.83%)보다 낮다.

K공인 관계자는 “상가건물의 금액이 워낙 크다 보니 1~3층을 다 채워도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 “50대 이상의 은퇴 세대가 상가주택을 주로 소유하는데, 원하는 만큼의 수익을 내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비롯해 동판교와 분당 지역에 이미 상권이 세워진 터라 서판교 상권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면서”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