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는 3일 이상의 시간이 걸리던 해외 송금 시간이 내년 초부터는 하루 이내로 줄어들고, 지금은 언제 돈이 도착하는지도 알 길이 없는 불투명한 해외 송금 정보도 더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뱅킹이 보편화됐음에도 현재 은행 간 해외 송금·결제 거래는 40여년 전 구축된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망’이란 시스템이 그대로 이용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은행들도 모두 함께 이용하는 세계 공통의 시스템인데, 옛날 우체국에서 전신환(電信換)을 만들어 송금하는 것처럼 단말기 기반의 낡고 복잡한 송금 체계를 갖고 있다. 때문에 100달러 이하의 소액을 보내더라도 지역에 따라 3일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송금 수수료도 수만원에 육박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전 세계 은행들은 해외 송금을 할 때 공통의 시스템인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망을 이용한다.

그러나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 페이팔 등 핀테크 업체들이 대형 은행들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하자, 수십년 동안 은행 간 해외 송금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SWIFT는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대형은행 51곳과 연합해 GPII(global payment innovation innitiave)라 불리는 새 송금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국내 은행 중에서는 중계은행(코레스 은행·correspondent bank) 역할을 맡고 있는 KEB하나은행(옛 외환은행)이 유일하게 SWIFT의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이들 은행은 현재 새 전산 테스트 작업을 벌이고 있다. SWIFT는 내년 초쯤 새 송금 시스템이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희택 한국SWIFT 이사는 “실시간까지는 아니지만 수취인(돈을 받는 사람)의 계좌에 당일 입금이 가능하도록 은행 간 송금 시스템을 개선 중”이라며 “수수료 정보 등 각종 송금 관련 정보도 송금 시점에 바로 알 수 있도록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 1970년대 이후 변화없던 해외 송금 체계

은행들이 그 동안 해외 송금 거래 과정에서 복잡한 SWIFT망에 의존했던 것은 각 나라마다 중앙은행 결제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계 은행을 거치지 않고는 송금·결제 거래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A은행에서 B은행으로 돈을 보내더라도, A은행은 돈을 중개해줄 또 다른 은행을 거쳐 돈을 보내는 과정을 거치곤 한다.

예를 들어, 국내 A은행에 100달러의 송금 요청이 오면, A은행은 이를 돈을 중계해 줄 중계은행(코레스 은행)에 전신환으로 보낸다. 그러면 B은행은 이 전신환을 송금받을 사람에게 지급해 줄 외국의 지급 은행으로 전달해준다. 전신환을 최종적으로 받은 은행은 전신환에 적힌 액수의 돈을 받을 사람의 계좌에 넣어준다.

그래픽=조선DB

최근 하나·신한·우리·국민 등 일부 은행들이 SWIFT망이 아닌 인터넷 모바일 뱅킹을 활용한 송금 서비스를 출시하고는 있지만, 송금 금액이 100만원 이내로 제한돼 있어 아직 대부분 소비자는 SWIFT망을 거쳐 돈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SWIFT망을 이용한 전 세계 해외 송금 건수는 하루 평균 2400만건으로 10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 SWIFT는 중계 은행을 포함하는 기존 송금 시스템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2~3일 넘게 걸리는 비효율적인 해외 송금 체계부터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SWIFT는 내년 초까지 이러한 보완 작업을 거쳐, 내년 이후에는 블록 체인 등 신기술을 접목해 실시간으로 해외 송금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송금 때 부과되는 수수료만 최소 세 가지…은행권, 새 수수료 체계 논의 중

SWIFT의 새 시스템이 수수료 인하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은행들은 새 시스템이 도입될 때 나눠 갖게 될 수수료를 놓고 논의 중인데, 저금리 고착화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 속에서 지금보다 수수료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송금 과정에서 부과되는 수수료는 최소 세 가지다. 송금 신청을 받는 송금 은행이 ‘송금 수수료’를 떼고, 전신환을 전달해주는 해외 중계 은행이 중개 수수료 명목으로 ‘전신료(은행 간 통신료)’를 받는다. 돈을 받는 사람에게 전달해 주는 지급 은행은 ‘타발(통지) 수수료’를 부과한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SWIFT의 새 시스템이 도입되면 수수료가 좀 더 저렴해질 여지는 있지만 실제로 수수료가 더 싸질 수 있을 지는 더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한다”라며 “은행들이 최근 서비스를 계속 확대하는 모바일 해외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