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1999년‘여의도 트럼프월드 1차’분양을 홍보하기 위해 방한해 대우건설 임원들과 건물 모형을 보고 있다.

'서울 여의도 트럼프월드 1·2차, 용산 한강 대우 트럼프월드 3차, 부산 트럼프월드 센텀 1·2차, 부산 트럼프월드 마린, 대구 트럼프월드 수성'.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대선(大選) 후보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그의 이름을 딴 한국 내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어떻게 태어난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건설이 '트럼프월드(Trump World)'라는 브랜드를 사용한 건 1999~2004년이다. 당시 서울·부산·대구 등지에서 고급 주상복합 단지 7곳을 분양하면서 트럼프의 이름을 내걸었다. 1999년 처음 분양한 '여의도 트럼프월드 1차'는 당시 트럼프가 미국 외 해외 사업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걸어 화제를 모았다.

대우건설이 트럼프와 인연을 맺은 건 1997년. 당시 부동산 개발업자인 트럼프가 추진한 미국 뉴욕의 최고급 콘도미니엄(아파트) '트럼프월드타워'의 시공사로 참여하면서다. 이를 계기로 1999년 국내에서 고급 주상복합 사업을 추진하면서 트럼프 이름을 사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에 뉴욕 지사를 통해 트럼프와 직접 협상을 벌여 이름 사용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트럼프에게는 브랜드 사용료와 아파트 관리 운영 노하우를 자문하는 대가로 7개 사업에 총 600만~700만달러를 지불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트럼프가 향후 아파트에 문제가 생기면 트럼프라는 이름을 언제든 뗄 수 있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기하자고 제안할 만큼 자신의 이름에 신경을 썼다"며 "고급 주상복합이 일반화된 2000년대 중반 이후 트럼프 이름 대신 대우건설 자체 브랜드인 '월드마크'를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