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기만 하면 주름진 피부가 순식간에 탱탱해진다. 나이가 들면서 눈 아래 피부가 늘어져 생긴 심술보도 감쪽같이 사라진다. 장터에서 사람을 꾀는 사기꾼의 약 장사가 아니다.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만든 '꿈의 화장 기술'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로버트 랭어 교수 연구진은 1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하버드 의대 연구진과 함께 피부를 당겨 주름을 없애는 투명 고분자 물질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 고분자 물질에 '세컨드 스킨(Second Skin·두 번째 피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확 줄어든 눈가 주름 - 세컨드 스킨을 바른 눈(사진 왼쪽)은 다른 쪽 눈에 비해 노화로 인해 눈 아래 처진 피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름 그대로 세컨드 스킨은 실제 피부처럼 탄력이 있다. 공기가 통하면서도 수분은 유지한다. 빛도 잘 통과해 투명하다. 실제 피부 위에 덧대도 알아보기 힘들다. 구성 성분은 실리콘과 산소가 결합된 고분자 물질로, 이미 인체에 해가 없다는 인증을 받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눈 밑 심술보를 없애는 과정은 이렇다. 먼저 실리콘과 산소가 주성분인 1차 액체 크림을 눈 아래에 바른다. 그다음에는 백금 입자가 들어있는 촉매 크림을 바른다. 이러면 고분자 사슬들이 서로 연결돼 잘 늘어나는 투명 막이 된다. 크림이 마르면서 아래 피부를 잡아당기는 효과가 생긴다. 25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세컨드 스킨은 24시간 동안 눈 밑 심술보를 40%까지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탠퍼드대의 피부전문의 앤 린 창 교수는 "마치 얼굴을 위한 보정 속옷과 같다"고 평가했다.

뛰어난 탄력 - 팔뚝에 바른 세컨드 스킨을 당기는 모습. 원래 길이의 250%까지 늘어날 정도로 신축성이 좋다.

보습 효과도 뛰어나다. 24시간 동안 수분 손실을 23%나 줄였다. 연구진은 "세컨드 스킨이 주름이나 처진 피부를 근본적으로 없애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수분 보급 덕분에 피부 탄력을 되살리는 데에도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이라며 "제조 과정에 미리 치료제를 넣으면 수분을 유지하면서 약물을 천천히 방출하는 의료용 패치도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원리로 자외선 차단제를 넣으면 '선글라스 피부'가 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랭어 교수는 세계에서 논문 인용 횟수가 가장 많은 공학자이다. 작년 '공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엘리자베스여왕 공학상을 받았다. 이번 연구에는 그가 세운 올리보랩과 리빙프루프사(社)가 참여했다. 논문의 공저자인 리빙프루프사 연구소장 강수영 박사는 한양대 출신으로 미시간 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구진은 올 연말쯤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