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올 3월 말부터 '모델3'의 사전 예약을 시작하자 주문이 폭주했다. 하루 동안 13만5000대 주문이 쏟아졌고, 지금까지 40만건을 넘어섰다. 모델3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끈 이유는 4000만원대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이면서도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가 346㎞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후 현대자동차, GM, BMW, 아우디 등 글로벌 정상급 자동차 업체들도 비슷한 가격대에 주행거리 300㎞ 이상의 전기차 출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모델3' 출시가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주행거리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이다.

300㎞ 이상 달리는 '2세대 전기차' 대거 출시

자동차업계와 배터리업계에서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300㎞'를 전기차 상용화의 첫 단추로 보고 있다. 300㎞면 서울~대전을 왕복하는 거리다. 가득 주유하면 600㎞ 이상 가는 휘발유 차량과는 아직 비교가 안 되지만, 수도권에서 출퇴근 차량으로 무난하게 이용할 수 있다.

BMW 그룹은 기존 전기차 i3의 배터리 용량과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i3를 올여름에 출시한다고 최근 밝혔다. 새 i3는 유럽 연비 측정 방식(NEDC) 기준으로 최대 300㎞를 주행할 수 있다. 기존 i3가 최대 190㎞를 주행할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50% 이상 주행거리가 향상됐다. BMW 관계자는 "냉·난방을 사용하더라도 최대 200㎞까지 주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GM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에서 1회 충전으로 200마일(약 321㎞)을 달릴 수 있는 전기차 '볼트(Bolt)'를 공개했다. GM 측은 "올 연말부터 양산을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아우디는 지난해 1회 충전 시 500㎞를 주행할 수 있는 'e-트론 콰트로'를 2018년부터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도 320㎞ 이상을 달리는 전기차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를 2018년 출시할 계획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테슬라 열풍'에 맞불을 놓기 위해 테슬라 '모델3'가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2018년에 맞춰 주행거리는 늘리고 가격은 낮춘 전기차들을 대거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도 총성 없는 전쟁 중

이에 따라 주행거리를 좌지우지하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차 가격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비싼 부품이다.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지난해 55억달러에서 2020년 183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한 번 충전에 320㎞ 이상 갈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했으며, 수년 내 5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도 개발할 계획이다. 삼성SDI 역시 올해 초 1회 충전으로 최대 600㎞까지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했다.

기존 전기차의 배터리를 업그레이드하는 상품도 속속 선보일 계획이다. 르노삼성은 전기차 'SM3 Z.E.' 배터리를 차세대 배터리로 교체할 수 있는 상품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배터리를 교체하면 1회 충전으로 130㎞에 불과한 주행거리가 250㎞ 이상으로 늘어난다. BMW도 교체 가능한 'i3'용 차세대 배터리를 올여름에 출시한다. 컴퓨터나 휴대전화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처럼 앞으로는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전기차 시장 경쟁의 핵심은 차 내부 공간을 덜 차지하면서도 더 많은 에너지를 담고 가격 경쟁력까지 높은 배터리를 내놓을 수 있느냐 없느냐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