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 경제 성장세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 지표가 다소 개선되긴 했지만, 수출 감소로 설비 투자가 부진하며 성장세를 제약했다는 것이다. KDI는 지난달 "우리 경제가 낮은 성장세를 지속하지만, 더 나빠질 가능성은 줄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KDI는 9일 내놓은 'KDI 경제동향'에서 "최근 일부 지표가 다소 개선됐지만, 우리 경제 전반의 성장세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KDI는 경기에 대해 "서비스업 생산이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하지만, 광공업생산 및 출하의 부진이 지속하며 전반적인 생산 활동은 여전히 저조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판단했다.
3월 전산업생산은 광공업 생산의 부진(-1.5%) 속에 건설업 생산(23.3%)이 이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전체적으로 전월(2.3%)과 비슷한 2.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월(73.5%)보다 하락한 73.2%로 나빠졌다.
KDI는 이어 "민간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건설투자가 일시적으로 크게 확대되는 등 일부 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소비활성화 대책의 영향으로 소매판매액이 많이 증가하고, 소비자심리지수도 상승하는 등 민간소비는 완만한 개선세를 유지하고 있다. 3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승용차 판매 증가 등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5.7%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4월 소비심리지수는 전월(100)에 비해 1포인트 상승한 101을 기록했다.
건설투자의 경우 건축부문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한 가운데 그동안 부진했던 토목부문도 일시적으로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건설기성(불변)은 전년보다 23.3%가 늘었다.
KDI는 또 "서비스업 생산도 금융·보험과 보건·사회복지를 중심으로 대부분 산업에서 증가세를 지속했다"고 덧붙였다. 3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2.6%)과 비슷한 2.7% 증가세를 보였다.
일부 지표가 개선세를 보이지만 KDI는 "수출 감소 때문에 제조업과 설비투자가 부진한 것이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제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3월 한자릿수로 줄었던 수출 감소폭은 4월에 다시 두자릿수(-11.2%)로 확대됐다. 선박과 무선통신기기를 제외한 대부분 주요 품목의 수출이 줄었다. 수입도 저유가 영향으로 14.9%가 줄며 무역수지는 대규모 흑자(88억4000만 달러)를 지속했다.
KDI는 이런 수출 감소 여파로 "제조업 생산과 출하가 감소했고,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소폭 하락했다"면서 "전반적인 경기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또 "설비투자도 기계류를 중심으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제조업 평균가동률 등 설비투자와 관련이 높은 지표들도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설비투자의 부진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KDI는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서비스업 중심으로 취업자 증가폭이 확대됐지만 실업률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전반적인 고용 여건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고, 금융시장에 대해서는 "국내 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가계대출 증가폭은 다시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해 KDI는 "성장세가 예상보다 둔화된 가운데 신흥국 경기침체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우려 등 하방 위험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주요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디플레이션 등의 하방 위험도 있다"고 했다.
정규철 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경기가 살아나려면 수출이 회복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데, 세계 경제 흐름을 보면 당분간은 수출 회복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