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화 약세 등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금을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 금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골드바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이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금 등 귀금속은 물론 구리를 포함한 산업용 원자재 가격도 상승세다.

원자재 가격은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계속 약세를 보였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원자재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서 국제 시장에서 달러로 거래되는 원자재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중국이 경기 회복을 위해 통화정책을 완화하고 잇따른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원자재 가격은 다시 반등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낮춰 달러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선 점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 달러화 약세·안전자산 수요 증가에 금값 올들어 22% 상승

6일(현지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가격은 온스당 129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온스당 1060.3달러를 기록했던 금 선물가격은 올 초부터 눈에 띄게 강세를 보이며 올들어 22% 상승했다.

올해 CO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가격 추이

금값은 지난 1월 중국 증시 급락과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 등이 맞물려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상승세를 탔다. 2월 들어서도 유럽 은행의 부실 가능성 등으로 인해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가 계속 증가하며 오름세가 지속됐다.

3월 들어 옆걸음하던 금값은 최근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월 개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세계 6개국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3월 초 98.36에서 지난 2일에는 92.61까지 하락했다.

은 가격도 올들어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온스당 13.78달러에 거래됐던 은 선물가격은 9일 17.53달러로 마감, 올해 들어 23% 상승했다. 은값은 올해 달러화 약세와 함께 중국 등에서 수요가 계속 늘면서 금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 中 수요 증가로 구리 등 산업용 원자재 가격도 강세

지난해부터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된 가운데 글로벌 경기둔화로 수요가 줄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던 산업용 원자재 가격도 눈에 띄게 올랐다.

올해 LME에서 거래되는 구리 선물가격 추이

4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구리 선물가격은 지난 2월 초까지 톤당 4500달러를 밑돌았지만, 이후 계속 오름세를 보이며 이달 초 톤당 5045달러까지 상승했다. 니켈 선물가격도 올해 들어 11.8% 올랐다. 아연과 주석 선물가격도 올들어 각각 17.6% 16.5% 상승했다.

최근의 산업용 원자재 가격 상승은 달러화 약세와 함께 올해 경기부양책을 가동한 중국 등에서 수요가 늘어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1일 발표된 중국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1을 기록, 두 달 연속으로 50을 넘어섰다. PMI가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을, 50에 못 미치면 경기가 위축 국면에 있음을 각각 의미한다.

제조업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중국의 원자재 수입 규모도 늘고 있다. 3월 중국의 정련구리 수입량은 45만8000톤으로 전달대비 39%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발표하는 금속가격지수(Commodity Metal Price Index)가 1분기 말 반등에 성공하면서 올해 저점 대비 15% 넘게 상승하는 등 중국의 경제지표 개선으로 세계 금속가격들이 대부분 양호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美 6월 기준금리 인상 따른 달러화 강세 여부가 ‘복병’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글로벌 경기가 눈에 띄게 살아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의 경기부양 기조가 계속 이어져 원자재 가격이 당분간 계속 상승 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김도현 연구원은 “과거의 추세를 보면 중국의 유동성과 금속류 원자재 가격은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갖고 움직였다”며 “중국 인민은행이 실물경제 회복을 위해 유동성을 늘리고 있는 데다, 원자재에 대한 투기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당분간 금속류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곧 조정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목소리도 점차 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해 차익 실현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데다, 최근 미국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면서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미국 FRB 내부에서는 6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발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미국의 제조업 경기가 확장 국면에 있어 금리가 여러 차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데니스 록하트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금융시장 관계자들이 6월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재홍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자재 가격이 단기 급등해 가격 부담이 커진 데다, 중국의 원자재 수요도 아직 미약한 편”이라며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일 경우 원자재 가격이 다시 올 초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