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권료 골고루 나누고 강등 클럽에 '낙하산보수' 지급
스포츠는 '치열한 경쟁이 곧 수익' 본질에 충실한 제도 운영
인구 30만명의 작은 도시 레스터의 프로축구 클럽 레스터시티가 창단 132년 만에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에서 5000분의 1의 극히 낮은 확률을 뚫고 우승을 확정하면서 뭉클한 감동과 함께 '흙수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레스터시티의 '분투'를 대단하게 생각하지만 그 뒤에는 기적을 가능케 한 EPL의 경제적 시스템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EPL엔 모든 클럽들에게 기회를 줌으로써 경쟁을 촉진하는 다양한 제도들이 있다. 그냥 '약육강식' 상태로 내버려두지 않고 꼴찌도 우승을 할 수 있도록 물적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 '치열한 경쟁=많은 수익'...강등 클럽에 '낙하산보수' 지급
5일 영국 회계법인 딜로이트의 '2016 풋볼 머니 리그(Football Money League)' 보고서와 온라인 축구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EPL에는 클럽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들이 있다.
근본적으로 스포츠는 경쟁 그 자체(경기)가 바로 상품이다. 엇비슷한 이들끼리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시장이 커지고 구단 수익도 증가한다.
EPL에는 '레즈 더비(맨체스터유나이티드 VS 리버풀)', '맨체스터 더비(맨체스터시티 VS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북런던 더비(아스널 VS 토트넘 핫스퍼)' 등 해외축구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라이벌 팀간의 유서깊은 경기가 많다. 축구의 종주국 영국에는 높은 충성도를 지닌 골수팬도 많다.
그러나 그 밑바탕에는 경쟁을 활성시키기 위한, 이른바 '낙하산 보수(Parachute Payment)'제도가 있다.
낙하산보수란 프리미어리그에서 2부 리그로 강등될 경우,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에서 강등 클럽에게 지원해주는 보조금이다. 사무국은 강등된 클럽에 연간 650만파운드(약 109억원)를 2년간 지급한다.
상식적으로 한 클럽이 강등될 것 같거나 이미 체념을 했다면 운영진 입장에서는 굳이 지갑을 더 열 필요가 없다. 투입 비용에 대비해 수익이 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EPL에서는 낙하산 보수 제도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강등권 구단 운영진도 지갑을 닫지 않는다. 강등될 가능성이 높은 클럽도 다음 해에 더 나은 활약을 위해 좋은 선수를 영입하고 지속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 수 있는 것이다.
이 제도의 겉모습은 강등 클럽의 파산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실질적인 목적은 EPL 시장을 경쟁력 있게 유지시켜 더 많은 돈을 끌어모으기 위한 것이다.
'치열한 경쟁이 곧 많은 수익'이라는 스포츠 시장의 핵심을 파악하고 지원하는 제도인 셈이다.
◆ 중계권료 골고루 분배...거대 구단이 결정하는 스페인과 달라
EPL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한 스페인의 1부 리그 프리메라리가와 EPL의 차이점도 주목된다.
EPL에서는 프로축구 중계권료의 50%를 프리미어리그 20개 팀에게 균등하게 배분하고 나머지를 성적순, 관객수, 생방송 노출 빈도 등의 기준으로 골고루 나눈다.
이에 따라 실력이 떨어지는 팀이나 2부 리그 강등팀도 일정부분의 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하위팀들의 매출 비중은 대부분 중계권료가 차지한다. 실제 지난 시즌 EPL 리그 15위에 머문 뉴캐슬 클럽의 중계권료는 1억140만유로(약 1343억원)로 총수익의 60%를 차지했다.
반면, 스페인의 중계권료 협상 주체는 각 클럽이다. 이에 따라 FC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 등 거대 클럽이 중계권료를 독식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프리메라리가에 비해 EPL 소속 클럽들에겐 흙수저가 금수저로 탈바꿈할 기회가 더 많은 셈이다.
이런 사실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영국 딜로이트의 '2016 풋볼 머니 리그(Football Money League)'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총수익을 올린 2개의 프로 클럽은 레알마드리드(5억7700만유로, 한화 약 7694억원)와 FC바르셀로나(5억6608만유로, 한화 약 7505억원)로 모두 스페인 클럽이었다.
이들이 거둔 총수익은 티켓 판매 등 현장 발생 수익, 중계권료 수익, 기념품 판매 등 상업매출 수익으로 구성됐다.
레알마드리드의 경우 총수익에서 티켓 수익이 22%, 중계권료 수익이 35%, 상업매출 수익이 43%를 차지했다.
FC바로셀로나도 티켓 수익이 21%, 중계권료 수익이 36%, 상업매출 수익이 43%를 차지해 양 구단이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 등 중계권료를 골고루 배분받는 국가는 중계권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았다. 총수익에서 레알마드리드와 FC바로셀로나의 뒤를 이은 영국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경우, 5억1950만유로(한화 약 6889억원)의 총수익 중 중계권료 수익 비중이 27%로 낮았다.
그 뒤를 이은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망 클럽도 4억8080만유로(한화 약 6376억원)의 총수익 중 중계권료 비중은 22%에 불과했다.
아울러 지난 2013~2014 시즌 EPL 클럽들의 수익 비중(아래표 참조)을 보면, 하위팀으로 갈 수록 EPL 사무국이 분배한 중계권료 수익 비중이 높아진다. 최하위권인 카디프시티나 풀햄의 경우 수익의 대부분이 분배받은 중계권료 수익이다.
올해부터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도 바뀐다. 프리메라리가 사무국은 오는 2016~2017리그에서는 중계권료를 사무국이 나서 협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프리메라리가에서도 '스페인의 레스터시티'가 나올 수 있을지 축구팬들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