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51·사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로비 의혹 사건'으로 롯데그룹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정 대표가 검찰에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의 대가로 브로커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하며 불똥이 롯데로 튀었다.

롯데그룹과 롯데면세점, 로비 대상으로 언급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측은 “로비는 없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 면세점 특허권 심사에 악재롯데면세점 "브로커 없이 직접 계약"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지난 3일 정 대표로부터 돈을 받은 브로커 한모씨를 체포했다. 정 대표는 검찰에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의 대가로 브로커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한씨와 친분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입점 로비의 대가가 신 이사장에게 전달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롯데면세점 소공점.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권 심사를 앞두고 특허권 부활(월드타워점)을 노리던 롯데면세점 입장에선 대형 악재다. 롯데면세점은 그룹 경영권 분쟁 이슈로 작년 하반기 면세점 특허권 심사에서 탈락, 6000억원(서울 시내 3위) 규모의 매출을 올리던 월드타워점 특허권을 빼앗겼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4일 이에 대해 “계약서 사본을 공개할 의향도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면세점에 입점한 네이처리퍼블릭과 롯데면세점은 중간에 대행사 없이 직접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롯데면세점 외에 다른 면세점에도 입점이 된 인기 브랜드였고 양사가 직접 계약을 했기 때문에 브로커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거론된 로비 금액이 20억원인데, 그 정도 금액이라면 면세점 고위급 임원이 직접 받았다는 얘기다. 고위 임원이 그 정도로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네이처리퍼블릭이 2010년 롯데면세점에 처음 입점했을 때 연매출이 20억원 정도였기 때문에 로비 자금으로 20억원을 썼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 신영자 장녀 "처음 듣는 얘기" 롯데그룹 전전긍긍

정 대표의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신영자 이사장 관계자들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펄쩍 뛰었다. 신 이사장의 장녀인 장혜선씨는 4일 “정운호 대표가 로비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저는 (어머니로부터) 한번도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 이사장이 명동 일대에서 사채업을 하는 김모씨의 주선으로 정 대표와 모임을 했다는 얘기가 있다는 질문에도 “그런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2015년 7월 28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신영자 이사장의 다른 측근도 “(신 이사장이) 브로커 한모씨와 안면은 있지만 면세점 입점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사실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이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로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는 이복 형제다.

두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며 신 이사장이 어느 편에 서는지 관심을 끌었다. 신 이사장은 지난 3월 25일 롯데제과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과 가까운 황각규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기권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완전히 신동빈 회장 편에 섰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진통을 겪은 롯데그룹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검찰이 신 이사장과 주변의 금품 거래 내역이 파헤치는 과정에서 다른 의혹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경영권 분쟁을 통해 드러난 그룹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사외이사제를 도입하고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 4월 27일엔 사회공헌위원회 설립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한씨는 면세점의 정상적인 거래와 무관한 사람이고, 롯데와 특별한 관계가 있는 사람도 아니다. 신 이사장님 역시 돈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수사가 진행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더 이상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수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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