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59)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게 2014년 말은 하루하루가 피말리는 나날이었다. 북한 해커들로 추정되는 ‘원전반대그룹’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원자력 발전소(원전) 가동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석달에 걸쳐 6차례나 원전 관련 도면을 공개,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다행히 우려했던 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한수원은 24시간 비상상황반을 운영하면서 노심초사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2014년 12월 26일에는 울산의 원전 건설 현장에서 가스 누출로 인부 3명이 숨지는 참사까지 발생했다. 원전 비리 근절을 외치며 내부 쇄신 작업을 진행하던 한수원은 또 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조석 사장은 지난달 29일 “원전을 포함한 국가 중요시설에 사이버테러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원전 안전 운영을 위해 사이버보안 조직과 인력을 대폭 확충, 국내 공공기관 중 가장 앞선 사이버보안 준비태세를 갖췄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한수원 직원 모두가 철저한 보안의식으로 무장해야 과거와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했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사이버보안에 완벽은 없다”면서 “국제 정보보호체계 인증을 획득했고, 직원들에게 보안의식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핵안보 노력 인정받아…내년 10월 세계원전사업자 총회 경주서 개최

-2014년 말 한수원 사이버테러는 국민들의 머리 속에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2014년 말 발생한 사이버테러 위협은 보안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우치는 계기였다. 당시 사건을 설명하자면 사이버 공격자가 자신이 확보한 자료로 원자력 발전소를 세우겠다고 했다. 그런 자료만으로 발전소를 운영하는건 불가능하다. 2011년 이전에는 망 분리 같은 조치가 안돼 있어 자료 관리가 취약했다. 세계적으로 원전을 포함해 국가 중요시설에 대한 사이버테러 위협이 확대되고 있고, 국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해커들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다.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한수원은 원전 안전 운영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사이버보안 조직과 인력을 대폭 확충했다. 국내 공공기관 중에는 사이버보안 준비태세가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 정보보호체계 ‘ISO 27001’ 인증을 획득했으며 글로벌 최고 수준의 사이버 보안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무리 잘해도 완벽은 없다. 직원 한사람 한사람이 보안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올해 3월 세계 원자력산업계 핵안보 증진을 위해 노력한 점을 인정받아, 공로상을 수상했다. 세계원전사업자협회장으로 의미가 남다를 거 같다. 내년 세계원전사업자협회 총회를 경주에서 개최하는데, 준비 상황은?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원자력인더스트리 서밋’은 세계 최대 규모의 원자력산업계 리더간 회의다. 세계 정상들이 모여 핵물질 비확산을 논의하는 핵안보정상회의의 부대행사다. 한수원은 핵물질의 안전한 이용과 방사선 물질 안전규제 준수 등 국제 사회의 핵안보 노력에 적극 협력했다. 공로상 수상을 통해 한수원의 인지도뿐 아니라 국가 위상까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원자력의 안전은 한 나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는 한국, 나아가 세계의 문제가 됐다. 세계 모든 사업자들이 안전한 원전운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보교류도 해야하고, 협력도 필요하다. 세계원전사업자협회 회장사로서 한수원은 2017년 10월 본사가 있는 경주에서 세계원전사업자협회 총회를 개최한다. 올 2월 총회 준비를 위해 도쿄센터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런던본부 등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올 10월 사무국 개설을 준비 중이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원전은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며 “경제성이 높지만 안전한 운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원자력, 태양광보다 이산화탄소 배출 적어…투명한 정보 공개 목표

-올해로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일어난지 30년이 지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지 5년이 지났다. 국민들은 해외의 비극이 우리한테도 일어날 수 있다면서 불안해 한다. 정말 우리 원전은 안전한가? 걱정 없이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건지?

“우리나라를 비롯한 원전 보유국들은 자연재해로부터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 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정부와 한수원은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 지진, 해일 등의 사고 대응과 관련, 56건의 대책을 수립했다. 원전은 인류의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발생이다. 클린에너지의 대명사인 태양광보다 원자력이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다. 원전은 환경 친화적이며 경제성이 높지만 안전한 운영이 필수다.

체르노빌 사고는 구 소련 시대에 일어났다. 당시 원자력 발전소는 돔도 없이 건설돼 피해가 컸다. 후쿠시마 사고는 자연재해로 발생한 불행이었다. 안전에 대해 누구도 100% 장담할 수는 없다. 그래서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고 시스템 정비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원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모르니 국민들이 불안해 한다. 투명하게 정보(원전 운영)를 공개할 것이다.”

-에너지 신산업 10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5년간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파리 신 기후체제에 원전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2020년부터 선진국과 개도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담하는 신기후체제에 합의했다. 우리나라는 작년 6월 신기후체제 이행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37%를 제시했다. 온실가스 감축방안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 석탄화력 비중 축소, 원자력 발전 확대 등의 대책이 가능하다. 원전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한수원은 안전한 원전 운영 등을 통해 국가정책에 부응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5년간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육성 등 에너지 신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 연료전지를 상업 운전중이며, 산림자원을 활용한 바이오매스 사업, 국내 최초 심부 지열 발전 사업을 추진한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올해에는 안전관리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원전 24기를 운영하는 세계 3위 사업자로서 해외 사업에도 속도를 내야할 거 같다. 성공 가능성은?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에 4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짓고 있다. 건설 후 발전소 운영을 누가 할 것인지가 문제인데, 운영주체는 현지 회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인력은 한국에서 나갈 수 밖에 없다. 한수원은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고급 기술인력을 많이 확보했다. 이들이 UAE에 가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원전 수출은 창구가 한국 전력이다.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등에 추가적인 수출을 추진중이고, 기술 지원도 할 것이다. 발전소 건설부터 운영까지 다하는 턴키 프로젝트도 좋지만 부품을 납품한다던지 인력을 수출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KNF’라고 해서 원잔 기자재 제작사와 수출 전문회사도 만들었다.”

☞파리 신기후체제

2020년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기후변화협약. 195개 당사국 모두가 지켜야 하는 세계적 기후 합의다. 세계 7위의 탄소 배출국인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세계원전사업자협회(World Association of Nuclear Operators)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전 사업자 간 정보교환과 안전 증진을 목적으로 1989년 설립된 국제단체다. 미국, 캐나다 등 35개국 126개 회원사가 소속돼 있고, 본부는 영국 런던에 있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지난해 10월 신임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총회는 격년마다 열려 세계 원자력사업계획과 정책방향을 논의한다.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 사고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1986년 4월 우크라이나 공화국 수도 키예프시 남방 130km 지점에 있는 체르노빌 원자로에서 발생했다. 5년 동안 7000명이 사망했고, 70만명이 치료를 받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를 관통한 지진과 쓰나미로 방사성물질이 대거 외부로 유출됐다.

☞UAE 원전 사업 현황

한수원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 서쪽 200km 떨어진 바라카에 140만kw급 한국형 원전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미국,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에 이어 세계 5번째로 원전 수출국이 됐다. 사업 공정률은 현재 62.7%이며, 1호기는 2017년 5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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