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4일 채권단 공동 관리(자율 협약)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권단이 현대상선과 함께 국내 양대 컨테이너선사의 생살여탈권을 틀어쥐는 셈이다. 앞으로 두 회사의 운명은 해외 선주들과 진행 중인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 인하 협상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협상에 성공하면 채권단이 채무 감면 등 추가 지원을 해서 회생을 돕게 된다. 만약 실패하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다. 해운업 호황기에 계약을 해서 시세보다 4~5배 높은 용선료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지원을 해봐야 해외 선주들의 지갑만 두둑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용선료 인하 협상은 막판 초읽기에 들어갔다. 현대상선은 이달 중순이 시한이다. 한진해운도 늦어도 6월 말까지는 결론을 내야 한다. 용선료를 30~35%는 깎아야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두 회사의 협상단은 변양호 전 보고펀드 대표, 외환 위기 당시 우리나라 외채 협상단의 법률 고문으로 활약했던 마크 워커 미국 밀스타인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주도하고 있다. 마크 워커 변호사는 최근 금융위에 "성공과 실패 가능성이 50대50"이라고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용선료 협상이 성공한다면 회생의 발판은 마련되는 셈이다. 그렇지만 다음 단계도 만만치 않다. 해외 선주들이 용선료를 깎는 손해를 감수하는 만큼 사채권자들(회사채를 보유한 채권자들)과 채권단(대출을 해준 은행들)도 빚을 줄여줘야 한다. 두 회사는 각각 8000억원 정도의 회사채 등을 발행했는데, 이걸 대폭 깎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런 지원을 받는 만큼 두 회사는 인력 조정, 조직 축소, 경비 절감 등 전방위에 걸친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실행하게 된다.

금융위는 두 회사가 이런 과정을 거치면 부채비율이 40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지원하는 선박 펀드를 활용할 자격이 된다.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들여 1만3000TEU(1TEU는 대형 컨테이너 1개) 이상의 초대형 고효율 컨테이너선 10척 정도를 만들 예정이다. 이 정도의 새 배를 갖추게 되면 수익성 있는 해운사로 거듭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