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위스키 시장이 어렵다고 다들 걱정합니다. 저는 오히려 좋은 기회로 봅니다. 새로운 제품을 계속 내놓고 발바닥 닳도록 영업 뛰면 충분히 돌파할 수 있습니다."

지난 30일 부산 기장군 정관면 골든블루 주류연구실에서 만난 박용수(69) 회장은 "2020년까지 국내 위스키 시장 1위 업체로 도약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주류 문화의 변화와 내수 부진 속에서도 골든블루는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140억원. 그는 "올해 1600억원을 돌파하고, 2020년까지 25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수 골든블루 회장이 지난 30일 부산 기장군 정관면 본사 주류연구실에서 스코틀랜드산 위스키 원액이 든 잔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증류와 숙성까지 한국에서 한 진짜'코리안 위스키'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경남 함안 출신으로 마산공고와 영남대를 졸업한 박 회장은 샐러리맨 생활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는 "공부를 잘했다면 평범한 직장인으로 회사 다니다 은퇴했을 것"이라며 "내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박 회장은 26세 때 대구에서 색연필과 크레파스를 생산하는 화공업체를 시작했고, 부산에서 조선 기자재 사업도 벌였다. 1989년 설립해 2011년 매각한 자동차 부품 업체 대경 T&G는 1억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그는 부산 APEC 정상회의 건배주인 천년약속을 생산하던 주류업체를 2011년 인수했다. "내가 술 먹고 노는 일을 참 좋아합니다. 언젠가 주류 사업에 도전하고 싶었는데 찬스가 온 것이죠." 부산에서 잔뼈가 굵은 기업인으로서 자본 잠식에 빠진 향토 기업을 살려보겠다는 오기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직원 40여명을 한 명도 감원하지 않고 투자를 이어가 2013년 흑자 기업을 만들었다.

골든블루는 주류업계에서 '게임의 룰'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스카치위스키협회(SWA) 규약에 따라 알코올 도수 40도짜리 제품을 만들었다. 골든블루는 2009년 36.5도짜리 저도수(低度數) 신제품을 내놓아 대박을 쳤다. 부산 해운대 술집을 장악한 뒤 영남 지역으로 시장을 확산시키며 수도권으로 북상한 단계별 마케팅 전략도 효과적이었다.

"제가 술 하면 빠지지 않는 주당입니다. 주종 불문, 두주불사로 마셔대다 10여년 전 간 이식 수술까지 받았지요. 술 맛을 좀 안다고 자부하는데, 골든블루는 혀에 착 감기며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이거 된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박 회장은 차별화를 강조한다. "남들과 뭔가 달라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골든블루는 '사피루스'(12년급)와 '다이아몬드'(17년급)에 이어 20년산 '서밋'을 생산하고 있다. 2030세대를 겨냥해 이달 중순 출시 예정인 무색 투명한 위스키 '팬텀 더 화이트'는 그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제품이다. 평소 해운대 나이트클럽이나 주점 등에 자주 들러서 젊은 세대의 음주 문화를 챙겨보는데 보드카에 탄산수나 과즙 음료를 타 마시는 트렌드가 그의 눈에 띈 것이다.

박 회장은 지금도 술자리를 마다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동차 트렁크에 골든블루 몇 박스를 싣고 다니며 기회가 될 때마다 사람들과 함께 마시며 홍보한다고 했다. "얼마 전에 주치의가 절 부르더니 '최선을 다해 살려놓았는데 술 많이 마신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경고했습니다. 그래도 주류 회사 회장이 술을 마다할 순 없죠. 제가 1호 영업맨인데요."

부산상의 부회장으로 활동하는 그는 "골프장 가면 손님 70% 이상이 지인들"이라며 "끈끈한 인맥이 골든블루 돌풍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장호 영화감독과 술자리 얘기도 했다. "30년산 유명 스카치 위스키와 골든블루를 앞에 두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데, 이 감독이 우리 술이 더 좋다고 해요. 혹시나 싶어 한 번 더 했는데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선택도 같았고요."

골든블루 지분의 16%는 주류 애호가와 지역 상공인, 도매상과 업소 사장 등 소액주주 1600여명이 나눠 갖고 있다. 그는 "경쟁사 직원들이 하룻밤에 업소에 한 번 들를 때 두 번 이상 들르는 우리 회사 식구들의 열정이 회사를 키우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2년 전부터 정년제를 폐지해 임직원 160명이 다니고 싶을 때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우리는 '원 팀, 원 마인드(One Team, One Mind)'라는 구호를 외치며 오늘도 현장을 뜁니다."

박 회장은 애주가로서 꼭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다고 했다. "지금은 위스키 원액을 스코틀랜드에서 수입하지만,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증류하고 숙성시킨 진짜 '코리안 위스키'를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