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퓨어 생산하는 청양공장, 상수도 이용 5배 증가
"지난해 5000만원 추가로 들었지만 올해가 더 걱정"
5분. 기계로 들어간 빈 컵이 편의점과 마트에서 팔리는 컵커피 바리스타(BARISTA)가 되어 나오는 데 걸린 시간이다. 용기에 커피를 담고 컵에 포장지를 붙이고 뚜껑을 닫고 빨대를 붙이는 거의 모든 작업을 기계가 했다. 사람의 역할은 중간에 앉아 불량품이 없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불과 몇 분 만에 매일유업 청양공장 작업실 안에서는 바리스타와 요구르트 퓨어, 매일바이오가 20~30개씩 든 상자가 여러 개 쌓였다.
완제품을 세척하는 일은 몇 달 전까지 사람의 몫이었지만 이제는 기계가 한다. 공장 자동화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목적은 물 절약이다. 사람 한 명이 앉아 일일이 세척할 때보다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용진 공장장은 "제품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지하수가 매년 줄고 있다"면서 "당장 생산에 차질이 생길 정도는 아니지만 이렇게 지하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가뭄이 심화하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지하수 부족해 상수도 사용 5배 이상 늘어…5000만원 추가 지출
충남 청양군에 위치한 매일유업 청양공장은 7개 공장 중 하나로 회사 유제품 매출액의 약 13%를 담당하고 있다. 서울에서 찾아가려면 KTX를 타고 세종시로 들어와 자동차로 1시간을 달려야 한다. 공장 주변에 칠갑산과 천장호가 있어 등산객과 낚시꾼들이 종종 찾는 지역이다. 직원 117명은 대부분 청양군에 살고 일부는 인근 공주나 세종시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매일유업 청양공장의 공장장실은 어둑어둑했다. 날씨가 흐린데다 낮에는 사무실 불을 꺼두기 때문이다. 화장실 세면대에서는 물이 아주 약하게 흘러나왔다. 여직원이 적어 거의 사용하지 않는 여자 화장실은 수압을 일부러 약하게 해 물을 절약하고 있다고 했다.
공장에서는 물과 전기 절약이 일상적으로 이뤄졌다. 우유 소비가 줄어 경쟁업체와의 싸움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에서 생산단가 상승이라는 악재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일 팀장은 "지난 8월부터 물 사용량을 10% 줄이는 활동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한번 쓰고 버렸던 물을 최대한 재사용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지역 가뭄 이후 청양공장에서는 월평균 물 사용량을 작년보다 13.5% 줄였다. 상수도 사용량은 33.7%로 감소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뭄은 청양공장 직원들에게 특히 가혹했다. 지하수가 아닌 상수도를 통한 물 공급량이 2014년까지만 해도 월평균 600톤 정도에 불과했는데 작년부터 3000톤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그동안 전체 물 사용량의 약 90% 정도를 지하수를 통해 공급 받았는데 가뭄으로 지하수가 줄면서 상수도 사용을 늘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청양공장은 지난해 물 사용에 5000만원을 추가로 지출했고 올해도 월 350만원씩을 상수도 요금으로 내고 있다. 지하수는 톤당 200원 정도로 가격이 저렴한데 상수도의 경우 1000원으로 가격이 무려 5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연 매출액인 1300억원과 비교하면 아직은 미미하지만 지하에서 끌어오는 물이 매년 줄어든다는 것이 문제다.
전용진 공장장은 "지하수가 하루에 1200톤 나왔던 적도 있는데 매년 감소하더니 이제 950톤 밖에 안 나온다"라면서 "충남 지역이 특히 가뭄에 취약하다 보니 당장 내년이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 천장호, 2개 면(面)·8개 리(里)에 급수하는데…가뭄으로 바닥 드러나
청양군의 10대 관광명소 중 하나인 천장호는 청양공장에서 세종 방면으로 가는 길에 있다. 1979년 만들어진 인공저수지로 칠갑산 근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출렁다리가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지난해 가뭄은 천장호를 마르게 했다. 한 때 저수량이 288만8000㎡에 달했는데 이제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출렁다리 바로 아래까지 물이 차올랐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다리가 아무리 흔들려도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수심이 내려갔다.
천장호에서 물을 공급 받는 정산면, 목면 2개 면(面)과 8개 리(里) 주민들은 누구보다 괴로운 가을을 보냈다. 청양군은 지난달부터 자율 절수에 들어갔다. 물 사용을 평상시보다 20% 줄이도록 했지만, 절감량이 예상에 못 미쳐 정부가 강제 급수 조정을 검토하기도 했다. 11월부터 그나마 비가 조금씩 내려 강제 급수는 보류됐지만 예년보다 적은 강수량에 여전히 물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