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의 득점권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박병호와 관련된 연관 검색어로 '득점권'이 뜰 정도다. 그는 28일 MLB(미 프로야구)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 5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홈런을 치고도 고개를 숙였다. 이날도 결정적인 순간을 날렸기 때문이다. 트윈스는 5대6으로 패해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꼴찌(7승15패)에 머물렀다.
박병호는 1회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린 데 이어 4―6으로 뒤진 6회 1사 후 조시 톰린을 상대로 솔로 홈런(시즌 5호)을 기록했다. 비거리 134m짜리 대형 아치로, 4호 홈런 이후 5번째 경기에서 나온 대포였다.
짜릿한 손맛의 여운을 오래 즐길 수는 없었다. 박병호는 1점차(5―6)로 추격하던 7회 2사 만루 때 타석에 들어섰다. 안타 하나면 동점 혹은 역전도 가능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병호는 2볼―2스트라이크에서 잭 매컬리스터의 95마일(시속 153㎞) 직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것이 트윈스의 마지막 역전 기회였다. 경기 후 박병호는 "올 시즌 현재까지 득점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며 "오늘도 만루에서 잘하지 못해 실망스럽다"고 했다.
스스로 말한 대로 박병호는 유독 찬스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루에 주자가 있을 때의 타율을 뜻하는 득점권 타율이 '0'이다. 올 시즌 14번의 득점권 상황에서 한 번도 안타를 때리지 못했다. 이 가운데 삼진도 6개나 기록했다. 그가 득점권에서 한 번이라도 안타를 쳤다면 이길 만한 경기도 제법 있었다. 박병호가 기록한 5개의 대포도 모두 솔로 홈런이었다.
박병호의 득점권 부진은 메이저리그 전체로 놓고 봐도 심각한 수준이다. 10번 이상의 득점권 타수를 기록한 타자 242명 중에서 안타가 하나도 없는 선수는 박병호를 포함해 4명뿐이다. 다른 3명은 팀 동료인 브라이언 벅스톤(득점권 13타수 무안타)과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프레스턴 터커(득점권 10타수 무안타), LA다저스의 호위 켄드릭(득점권 11타수 무안타)이다.
한국 시절 박병호는 '득점권에서 약한 타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작년 넥센 시절에는 득점권 타율이 시즌 전체 타율(0.343)보다 3푼가량 높은 0.375였다. 지난해에 KBO리그 한 시즌 역대 최다 타점 신기록(146개)을 세운 원동력도 높은 득점권 타율이었다.
전문가들은 박병호의 득점권 부진이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심리적인 문제라고 진단한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홈런 페이스를 보면 그는 비교적 순탄하게 메이저리그에 적응하고 있다"며 "다만 주자가 있을 때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조급하게 스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타격 메커니즘 자체는 문제가 없다"며 "결국은 시간문제다. 일단 득점권 안타나 홈런이 터지기 시작하면 금방 평균 타율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