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오카에 사는 하나가 네 살이 되던 날, 아이는 생일 선물로 원했던 장난감을 못 받았다. 아버지 싱고는 부엌용 칼을, 어머니 치에는 앞치마를 하나에게 줬다. 하나를 낳기 전 이미 두 차례 암투병을 했던 치에는 온몸에 암이 퍼진 걸 알게 된 순간, 하나에게 요리하는 법을 가르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하나에게 '미소시루'(일본식 된장국) 만드는 법을 알려줬고, 하나는 곧 식사 때 미소시루 담당이 됐다. 미소시루는 죽음을 앞둔 어머니가 딸에게 전해준 유산이자, 살아갈 힘이었다.

'내 건강은 내가 지킨다.' 그게 엄마 치에와 딸 하나의 약속이었다. 중학교 2학년인 하나는 여전히 오전 5시에 일어나 엄마가 가르쳐준 대로 미소시루를 만들고 있다.

영화 '하나와 미소시루'(27일 개봉)는 일본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치에는 두 번째 암에 걸리면서부터 미소시루와 현미를 먹는 건강 식단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 과정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렸다. 치에가 세상을 떠난 뒤 싱고는 아내가 쓴 블로그의 내용과 각각의 사건에 대해 자신의 시선으로 써내려간 이야기를 담은 책을 냈다. 이 책이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후 2014년 TV드라마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 영화화가 됐다. '철도원' '비밀'로 한국에서 유명한 히로스에 료코가 어머니 역할을, 다키토 겐이치가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영화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야스타케 싱고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딸이 엄마와 함께했던 시간을 잊어버리진 않을까 불안했다. 아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딸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두고 싶다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했다.

싱고에 따르면 영화 대부분은 실제와 비슷하지만, 치에와 여동생이 다투는 장면은 허구다. 치에의 여동생은 언니가 어린 딸에게 미소시루를 끓이라고 시키는 게 못마땅했던 것. 인터넷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영화에서 일부러 추가해 넣은 장면이다. 영화에서 치에는 하나에게 "잘 먹어야 잘산다. 잘 먹으려면 잘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해준다. 싱고는 "공부는 1순위가 아니다. 스스로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몸에 익혔으면 좋겠다. 치에는 그런 마음으로 어린 딸에게 미소시루 만드는 법을 가르쳐줬다. 미소시루는 '살아가는 힘'을 상징한다. 그 힘이란 고난을 이겨내는 힘이다. 전통적인 음식, 발효 음식을 제대로 먹으며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고 했다. 정작 미소시루로 그런 힘을 얻은 건 하나보다 싱고였다.

실제 아빠 싱고와 어릴 적 하나.

"치에가 떠나고 나서 나는 살아갈 의미를 잃었다. 어린 딸을 생각하며 어떻게든 회사에 나가 일을 하긴 했지만, 매일을 술과 약으로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나를 위해 미소시루를 만들어 주었다. 내가 지켜줘야 할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아이가 만들어준 미소시루를 먹으며 살아갈 힘을 얻었다. 게다가 이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새롭게 만날 수 있었다. 이제는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딸의 미래를 상상한다. 아내는 많은 보물을 남겨줬다."

싱고는 영화에서 치에가 석양이 비치는 거실의 소파에 누워 '참 좋다, 이 평범함'이라고 말하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그녀의 시선 너머에는 신문을 읽고 있는 남편과 그림을 그리고 있는 딸이 있다. 그때 네 살이던 하나는 지금 중학교 2학년이다. 사춘기에 접어들어 말수는 줄었지만 아버지와 여전히 사이 좋게 지내며 노래와 춤에 빠져 있다. 그리고 여전히 오전 5시에 일어나 미소시루를 만든다.

"평범하고 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 행복의 본질이 있다. 그런 일상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을 느끼며 가족의 평화를 지켜주길 바란다. 그것이 모여 세계의 평화로 이어진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