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세계 5위 타이어 업체인 이탈리아 '피렐리'가 71억유로(약 9조원)에 매각됐다. 인수 업체는 중국 국영 화학업체인 중국화공집단공사(CNCC). 이탈리아 언론은 "세계 최고 자동차 경주 대회 F1에 타이어를 공급하는 피렐리의 첨단 기술이 중국에 넘어가게 됐다"며 허탈해했다. 지난 1월 독일의 기계 전문회사인 '크라우스마파이'를 9억2500만유로(약 1조2000억원)에 사들인 곳도 중국 CNCC였다. 178년 역사의 크라우스마파이는 플라스틱 가공용 기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한 달 뒤 CNCC는 430억달러(약 50조원)에 세계 최대 종자(種子) 업체인 스위스의 '신젠타' 인수를 추진한다고 밝혀, 세계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CNCC는 연이은 초대형 인수합병(M&A)에 대해 "'중국제조 2025'의 선도 기업이 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제조 2025는 2025년까지 독일·일본 등 선진국의 제조업 기술력을 따라잡겠다는 것이 목표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장은 "중국 기업들은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부족한 기술력을 단기간에 보완하기 위해 해외 유망 기업들을 싹쓸이한다"면서 "여기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M&A 속도와 규모는 압도적이다. 올해 1분기 중국의 해외 M&A 규모는 1080억달러(약 124조원)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951억달러)을 넘어섰다. 작년 해외 M&A 액수가 중국의 9분의 1에 그친 한국은 비교가 안 된다.

올해 들어서도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은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 GE를 인수했고, 훙하이그룹은 일본 LCD 기업 샤프를 인수하면서 삼성전자를 경쟁 대상으로 정조준했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M&A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기업을 매각하는 한국의 '방어적 M&A'와 크게 대비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