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트렌드는 사라지고 마이크로트렌드가 지배하는 세상"
"필요한 사람만 골라 만나는 온디맨드(on-demand)"
"'꿀팁' 던져주는 유튜브 스타 뜨고, 이미지력과 드립력으로 소통한다"
소수의 독특한 취향이 어느 순간 트렌드가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혼식을 올리지 않거나, 약식으로 치르는 커플들이 특이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요즘은 '스몰 웨딩'이 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커플들이 스튜디오 촬영을 생략하고, 데이트 스냅으로 화려한 결혼사진을 대체하거나 웨딩홀 대신 펜션이나 하우스 웨딩 등 본인이 원하는 분위기로 꾸밀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나선다. 이처럼 소수의 사람들에서 시작된 물결이 점점 주류가 된 덕분에 예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스냅 사진, 결혼식 공간 대여 등이 새롭게 주목받는 비즈니스로 떠오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전략 책임자(CSO)였던 마크 펜은 이처럼 작은 집단에서 시작한 변화의 흐름인 '마이크로 트렌드(microtrends)'가 어느 순간 거대한 물결이 되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주류가 될 가능성이 있는 '마이크로 트렌드' 5가지를 모았다.
① 필요한 사람만 골라 만난다? 온디맨드(on-demand)가 뜬다
관계 형성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오랜 시간을 같이 보냈다고 해서 친구가 되진 않는다. 관심사가 비슷한지, 자신에게 도움이 될지 등의 여부에 따라 즉석에서 관계가 '수락'되고 '차단'된다. 꼭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의 심리적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상관없다. 이처럼 온디맨드(on-demand)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온디맨드 관계는 기존의 SNS가 추구해왔던 '우연한 소통을 통한 지속적인 관계'를 지향하지 않는다. 서로의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한 일시적 관계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매년 자신과의 점심을 경매에 부친다. 이는 이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온디맨드 관계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
미국 델타 항공은 업계 최고의 전문가와 관련 분야의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을 연결해 준다. 스마트워치 전문 업체인 페블의 CEO부터 유명 셰프까지 멘토로 참여했다. 델타 항공은 온디맨드 관계를 이용해 비행을 '또 하나의 인생 여행'으로 탈바뀜시킴으로써 고객들에게 색다른 비행 경험과 인생의 기회를 제공했다.
② 소통의 힘! 이미지력과 드립력이 뜬다
앞으로 주류가 되는 세대는 인터넷이 없는 세상을 살아보지 못한 디지털 네이티브다. 8초 이상의 주의력을 발휘하기 힘들어 하는 그들은 굳이 글로 쓰지 않아도 상황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한눈에 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필요로 한다.
최근 도미노 피자는 주문 과정에 '도미노 애니웨어'를 개설했다. 홈페이지에 주소와 선호하는 피자를 미리 등록해놓은 후, 스마트폰으로 피자 모양의 이모티콘을 전송하면 주문이 완료되는 간단한 방식이다. 말없이 이코티콘만으로도 소통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 주문 방식은 지난해 칸 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앞으로는 어휘력이 아닌 이미지력을 키워야 한다. 이미지력의 평가 기준은 누가 더 센스 있는 이미지를 보내는지, 거기에 누가 센스 있는 멘트를 다는지가 된다. 상황에 알맞는 애드리브를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드립력'을 가꿔야 한다. 드립력은 애드리브와 능력의 합성어로서, 이미지에 적합한 기발한 제목이나 멘트를 지어 의외성과 유머를 더하는 능력이다.
③ 세계화 NO! 골목길, 지역색... 로컬 문화가 뜬다
토착적이고 지역색이 강한 것을 촌스럽게 여기던 시대는 지나갔다. 미래의 도시, 세계적인 도시를 표방하는 것은 이제 진부하다. 심지어 '세계화'라는 단어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198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지역 고유에 문화에 관심이 많다. 가난해 보인다고 숨기고 싶어 했던 산업화 이전의 서울 모습을 간직한 몇 안되는 골목들이 다시 사랑받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대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이 빌딩이나 저 빌딩이나 똑같고, 비슷하게 생긴 높은 건물을 우리 지역에서도 봤을 뿐 아니라, 서울에 있는 편의점이나 부산에 있는 편의점이나 뭐 하나 새롭지 않다. 요즘 여행객들은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것을 체험하고자 한다. 보통 이렇게 소소하고 독특한 문화는 그 지역 주민들만 알고 있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실제 공유되기란 쉽지 않다.
공유 경제 모델의 성공 주역 중 하나인 에어비앤비는 이를 비즈니스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에어비앤비는 자신의 공간을 공유하는 주거 공유에서 더 나아가 지역 경험을 보다 구체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지역가이드인 '네이버후즈' 서비스를 제공해 서비스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④ 유튜브 스타 시대, '꿀팁' 던져주는 친근한 캐릭터가 뜬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스타는 아니지만 온라인에서 많은 팬과 팔로워를 거느리는 일반인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연예잡지 '버라이어티'가 10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영향력 있는 인물 상위 10위 중 6명이 유투브 스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유투브에는 '대도서관' , '씬님' 등이 각각 5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현실에 적용 가능한 이상적인 가이드가 되어준다. 어디서 구해야할지 모르는 화이트 와인 식초를 넣으라는 TV 요리 프로그램 대신 사과 식초를 넣으면 된다고 알려주는 백종원 아저씨처럼, 그들은 우리에게 현실적인 정보를 준다.
완벽한 외모와 신비주의 전략이 대중의 호응을 얻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현실적으로 모방이 가능하며, 아무도 몰랐던 '꿀팁'을 던져주는 방송이 인기다. 만약 대중 앞에 서게 된다면, 옆집 아저씨 혹은 동네 누나 같은 친근한 매력으로 다가서야 한다.
⑤ 똑똑한 집+안전한 집! 집에 관련된 기술이 뜬다
집이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현관에 설치한 노크 감지 센서가 방문객이 왔음을 알려주고, 옆관 앞에 달린 카메라의 영상이 TV 화면 한 귀퉁이에 나타나 누가 왔는지 보여준다. 위치 기반 기술은 현관문을 나서면 자동으로 불을 꺼주고, 집 근방에 도착하면 불을 미리 켜준다. 집사가 필요 없는 센스가 넘치는 집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스마트한 집이 걱정거리가 되기 시작했다. CCTV는 물론 가전까지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는 탓에 누군가 이를 훔쳐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에 서버를 둔 것으로 추정되는 인시캠 사이트에는 가정용 CCTV 영상이 버젓이 생중계됐다.
발달한 기술 때문에 불안하다면, 나를 보호하는 다른 기술을 활용하면 된다. 쿠조(CUJO)는 스마트 TV, 냉장고, CCTV, 스마트폰 등 집 안에서 사용하는 모든 디지털 기기의 정보가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스마트 문지기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보안 기기가 외부의 물리적인 침입으로부터 집을 지키는 것에 치중해왔다면, 이제는 물리적인 침입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의 침입을 고민해야 할 때다.
마이크로 트렌드 심리학
강한나, 김보름 지음| 미래의창|272쪽|1만4000원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소비자 트렌드를 12가지 심리 분석을 토대로 살펴본다. 마케팅과 컨설팅 전문가인 저자들은 관계의 경제성을 따지면서도 감성에 호소하는 디지털 키즈, 휴가철 세계 곳곳을 누비지만 주말에는 골목길을 헤매는 2030, 나만의 특별한 스타를 원하는 10대 등 종잡을 수 없는 소수의 취향에 숨겨진 욕구를 읽어보면서 향후 다가올 트렌드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