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애호가들 사이에는 ‘디자인의 피아트’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피아트 자동차의 디자인이 예쁘다는 뜻이다. 피아트는 이탈리아 자동차 기업인 FCA 그룹 산하 자동차 회사다. 국내에는 소형차 ‘피아트 500C’로 이름을 알렸다.

500C는 4명이 탈 수 있지만, 문은 두 개 뿐이다. 크기는 국산 경차인 모닝과 별 차이가 없을 만큼 작다. 동글동글한 모습이 삶은 달걀을 이등분 해 엎어 놓은 것 같은데, 유치원생이 타도 잘 어울릴 것 같다.

500C의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피아트 500X’이다. ‘귀여운’이라는 형용사와 ‘SUV’라는 명사가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니지만, 피아트 500X는 귀엽고 예뻤다. 왜 ‘디자인의 피아트’라는 말이 있는지 알 것 같았다.

피아트 500X 팝스타의 모습.

‘500X 팝스타’를 타고 서울 시내를 돌아 다녔다, 광화문에서 자유로를 지나 경기 연천군 오토캠핑장까지 200여km를 더 달려봤다. 고속화 도로에서는 시속 110km 이상 속도는 내지 않았다. 급제동도 피했다. 연비는 가솔린 1L당 10km 수준이었다. 공인 연비(9.6km)를 살짝 웃돌았다. 과속하거나 도심 구간을 많이 달리면 연비는 더 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솔린 차인데도 풍절음이나 엔진음이 크게 들리는 것이 아쉬웠다. 내비게이션 등 편의사양이 없어서 불편한 감도 있었다. 하지만 차에 타고 내릴 때 차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 불편함을 참을 수 있었다. 그만큼 예뻤다.

◆ 500C를 그대로 키워 놓은 듯한 외관, SUV이지만 귀여워

피아트의 소형차 500C의 디자인을 아는 사람이라면 “덩치만 조금 키워놓은 것 같다”고 말할 것이다. 500X의 생김새는 그 정도로 비슷하다. 전면부 헤드램프나 동글동글한 외관이 500C를 꼭 닮았다. 500C가 유치원생이라면 500X는 초등학생 같았다. 멀리서 보면 SUV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시내 주행 중 정지 신호 앞에서 서있을 때면 행인들의 시선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2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은 차를 가리키며 “우리나라에 저렇게 예쁜 차도 있었어? 사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남자가 타기는 좀 너무…”라고도 했다.

각진 부분이 없어서 더 부드러워 보였다. 전면부부터 차의 지붕을 지나 뒷편까지 이어지는 외곽 선에 직선은 없는 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선 뒤에야 덩치가 제법 크다는 것을 알았다. 전고가 1610mm에 달했다. ‘SUV가 맞구나’하는 혼잣말이 나왔다. 쌍용차의 SUV ‘티볼리’(1590mm)보다도 약간 높았다. 타고 내릴 때 크게 허리를 크게 굽히지 않아도 됐다.

소형 SUV 피아트 500X 팝스타의 외관.

◆ 깔끔한 인테리어, 편의사양은 따로 없어

500X 팝스타는 실내 디자인에서 ‘버림의 미학’을 추구한 것 같았다. 간소한 게 특징이었다. 고급스럽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갖출 것은 갖추고 있었다.

실내 전면부의 센터페시아에는 작은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이 화면을 통해 블루투스 기능으로 스마트폰을 차량과 연결했다. 라디오를 들을 수 있었다. 화면 아랫부분에는 환풍이나 냉난방을 조절하는 버튼이 있었는데, 몇 안돼 보이는 버튼으로 필요한 거의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운전석에서 손쉽게 라디오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도 있었다. 운전대 뒷편에는 오른쪽과 왼쪽 가운데 손가락이 닿는 부분에 라디오 음량과 채널을 조정하는 버튼이 숨어 있었다.

내비게이션은 달려있지 않았다. 운전석과 동승석의 의자를 조절하는 것도 모두 수동이었다. 의자를 앞뒤로 당기거나 밀 때, 의자 등받이를 젖히거나 세울 때도 사람의 힘이 필요했다. 전기의 힘을 빌리는 것은 창문을 여닫거나 사이드미러를 접고 펼 때 뿐이었다.

피아트의 소형차 500C의 모습.

◆ 탁 트인 시야, 도심 주행에서 흠잡기 어려워

운전석에 올라서니 전방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였다. 손으로 잡은 운전대에서 차의 무게와 단단함이 느껴졌다. ‘소형’ SUV이지만 가볍지 않았다.

시내에서 운전할 때 불편함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 덩치가 큰 SUV가 아니어서 좁은 주차장을 들어가기도 수월했다. 500X(전장·4250mm, 전폭·1795mm)는 기아차 스포티지(전장·4480mm, 전폭 1855mm)보다 작았다.

시속 110km의 고속 주행에서도 차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뻗어나갔다. 부드러운 외관과는 달리 힘이 달린다는 느낌은 없었다. 무난했다. 3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도 매력적이다. 500X 팝스타의 가격은 3140만원, 하지만 개소세 인하와 추가 할인분을 포함하면 299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FCA코리아 관계자는 이탈리아 현지보다 800만원 가량 저렴한 가격에 차를 들여왔다고 했다.

엔진 소음, 낮은 연비, 비좁은 뒷좌석 공간은 아쉬워

다소 시끄러운 엔진음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기름을 넣으려고 연료 뚜껑을 열었을 때 ‘휘발유’라고 쓰인 견출지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가솔린차라고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급제동, 급가속 운전을 하지 않았는데도 연비는 1L당 10km 수준이었다. 국산 소형SUV 연비(12~17km)를 밑돌았다. 성인 남성이 뒷좌석에 앉으면 무릎과 앞좌석 등받이 사이에 주먹 하나 정도가 들어갔는데 약간 답답하다고 느껴졌다. 성인남성이 오랜시간 뒷자리 앉아서 이동하기는 편하치 않을 것 같았다.

앞문의 디자인이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500X의 앞문 모서리 부분은 예각으로 날카로웠다. 부드럽게 마감 처리하지 않은 부분이 아쉬웠다.

도심과 근교에서 주행을 즐기는 SUV 운전자에게 추천할만하다. 3000만원에 주목 받는 예쁜 차의 주인이 될 수도 있다. 연비나 편의사양을 따진다면 고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