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만드는 데 필요한 4가지 기본 재료는 밀가루, 물, 소금 그리고 효모(酵母·yeast)다. 빵을 부풀리는 역할을 하는 효모는 세포 하나가 생명체를 이루는 단세포 생물이다. 이들은 당 성분을 먹이로 삼아 세포에서 싹을 틔우듯 다른 세포를 만들어 낸다. SPC그룹은 이달 "제빵용 토종 천연 효모를 발굴해 빵을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전통 누룩에서 찾은 한국형 효모
SPC그룹이 연구·개발한 'SPC-SNU 70-1'은 한국 전통 누룩에서 발견한 한국형 천연 효모이다. SPC그룹은 빵을 만들 때 알맞은 효모를 찾기 위해 전국을 누비며 과일, 야채, 토종꿀, 김치 등에서 1만여개의 효모 샘플을 연구했다. 이번에 개발된 천연 효모는 작년 9월 광주광역시 인근에서 발견한 토종 누룩에서 추출해냈다.
천연 효모를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멸균 처리한 정제수에 가루로 낸 누룩을 약 4시간 정도 담근 뒤, 효모가 섞인 물을 추출한다. 가라앉은 누룩 건더기를 제외한 물을 아가플레이트(agar plate·평면한천·平面寒天)에 적신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아가플레이트 안에 점같이 생긴 미생물이 생기는데 이 안에는 효모와 기타 미생물 수십만개가 모여 있다. 이를 현미경으로 확대해 효모를 하나하나 분리해낸다. 이렇게 분리한 효모를 다시 액상으로 된 영양분(주로 당 성분)에 넣는다. 이때 온도는 30~35℃를 유지한다. 효모는 2시간에 한 번씩 싹을 틔우듯 세포를 출아하는 방식으로 수를 불려간다. 이렇게 배양된 효모를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리면 효모는 가라앉고 영양 성분만 말갛게 뜬다. 위에 뜬 물을 따라버리면 효모만 남는다.
◇발효력 좋으면서 부드러워
어떤 효모로 반죽을 발효시키냐에 따라, 빵 맛은 크게 달라진다. 국내 제과 시장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것은 '상업적 이스트'이다. 이는 짧은 시간에 빠르게 발효되도록 인위적으로 효모의 구조를 바꾼 것으로 생산성이 좋고, 균일한 품질의 빵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시간에 강하게 발효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반죽이 알코올류를 많이 뿜어낸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이를 보완한 '천연 발효종' 빵들도 출시됐다. 천연 발효종은 자연에서 찾아낸 효모와 유산균 등이 섞여 있는 반죽을 말한다. 하지만 천연 발효종은 효모보다 발효력이 약해 상업적 이스트를 섞어 쓰는 경우가 많고, 일반 효모보다 유산균이 많아 신맛이 강하기 때문에 일부 제품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SPC-SNU 70-1'은 상업적 이스트만큼 발효가 잘되면서도 알코올은 적게 뿜어낸다. 효모는 발효 과정에서 알코올, 탄산가스, 유기산(有機酸) 등을 뿜어내기 때문에 가스 발생량을 측정하면 발효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상업적 이스트를 넣은 반죽은 약 2시간 만에 가스 발생량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천연 효모를 넣은 반죽은 30분 동안 가스양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다가 나머지 30분 동안은 가스양이 떨어지면서 휴지기(休止期·생물체의 세포가 순간적으로 활동을 쉬는 때)에 돌입했다. 이후 다시 2시간 동안 천천히 가스양이 늘며 반죽이 발효됐다. SPC그룹 관계자는 "상업적 이스트는 단시간에 발효가 이뤄져 효율이 좋은 것 같지만 그 사이 반죽이 스트레스를 받아 알코올류를 많이 생성해낸다"며 "상대적으로 천천히 발효된 천연 효모 반죽은 알코올류는 적게 생성하고 고소하거나 달콤한 향을 내는 물질은 많이 만든다"고 말했다.
이번에 연구 개발한 천연 효모로 만든 빵은 기존의 빵보다 식감도 더 부드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 김정우 박사는 "식품의 특성을 측정하는 기계로 빵을 눌러봤을 때 들어가는 힘을 g으로 환산했더니 빵이 만들어진 지 19시간이 지났을 때 기존 빵은 181.322g짜리 물체로 누르는 힘이 필요한 반면 천연 효모빵은 156.43g 정도의 힘만 있으면 됐다"며 "쉽게 말해 훨씬 더 부드러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