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업 비중 큰 '거·울·통', 부동산 침체 '울상'
전국 아파트값 0.18% 오를 때 거제시 0.9% 하락
주거·상업시설 경매 낙찰가율 작년 하반기부터 내림세
정부가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지역 경제에서 조선·해운업 비중이 큰 경남 거제·울산·통영시(거·울·통) 부동산 시장이 식어가고 있다.
이들 지역은 조선·해운업이 호황이던 시절 '아파트 분양 불패'를 자랑하며 다른 지역의 부러움을 샀던 곳. 하지만 최근 조선·해운 경기가 꺾이면서 투자 수요가 줄어 아파트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이 몰렸던 경매 시장에서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26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대비 올해 3월말 기준 거제시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평균 0.9% 하락했다.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과 전국 아파트 가격이 각각 0.33%, 0.18% 오르는 동안 거제시 아파트값은 뒷걸음질 친 것이다.
삼성중공업(010140)거제조선소에서 직선거리로 700m쯤 떨어진 전용면적 59.3㎡ 장평주공1단지 아파트는 작년 10월 1억9500만원(1층)에 거래됐으나 올 3월에는 900만원 낮은 1억8600만원(5층)에 거래됐다.
현대중공업본사가 있는 울산 동구 아파트 가격은 올 들어 3개월간 0.24%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평균 상승률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울산 중구(1.25%), 북구(0.83%), 남구(0.73%) 등 울산 내 다른 지역 상승률에는 크게 못 미쳤다.
이들 지역의 경매 물건을 찾는 투자자들도 줄었다. 경매 시장에 나온 거제시와 통영시의 주거시설은 작년 5월과 6월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각각 100%를 넘었으나 최근에는 60~70%대로 떨어졌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작년 5월 102.1%를 기록한 거제시 주거시설 경매 낙찰가율은 지난달에 76.5%로 떨어졌고 이번 달에는 24일 현재 89%를 기록 중이다. 작년 7월 70%였던 낙찰율(경매 입찰 물건 대비 낙찰물건 비율)은 이번 달에 36.4%로 반토막이 났다.
통영시 주거시설 경매 낙찰가율은 작년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연속 100%를 넘었으나 올 2월 68.9%로 급락했다. 이번달에는 낙찰가율이 90.9%로 높아졌지만 낙찰율은 28.6%(7건 중 2건 낙찰)로 작년 6월(2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울산 지역의 주거시설 경매 낙찰가율은 작년 12월 106%를 기록한 뒤 4개월 연속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상업시설 경매 시장도 분위기가 냉랭하다. 통영시에서는 작년 9월부터 매월 1~2건의 상업시설 물건이 경매에 나오지만 작년 10월과 올 1월의 평균 응찰자 수는 한 명이었고 나머지 달은 응찰자가 한 명도 없었다. 상업시설 경매에는 보통 3명 안팎(전국 기준)이 참여하는데, 투자자들이 통영시 상업시설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다.
올 들어 4월까지 거제시 상업시설 경매에 참여한 사람 수도 평균 한 명에 못 미친다. 평균 낙찰가율도 18.6%(2월), 53.7%(3월), 61%(4월)에 그쳐 전국 평균보다 크게 낮았다. 전국 상업시설 낙찰가율은 지난달 72.9%, 이번달에 70%였다. 다만 울산 지역의 상업시설 경매 낙찰가율은 1월 94%, 2월 75.4%, 3월 72.9%, 4월 94.6%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이들 지역에 투자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지역의 경제 기반이 흔들리는 만큼 향후 경매 물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수요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되 가격 경쟁력이 있는 물건을 선별해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