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차에 대한 걱정이요? 티볼리 에어 만드는데 바빠서 그런건 생각할 겨를도 없습니다."
20일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만난 김성진(41) 기술주임은 최근 경쟁사들이 연이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내놓는데 걱정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쌍용차 평택공장 노동자들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정규 근무를 한다. 밤 9시까지는 잔업, 토요일에는 특별 근무가 있다. 하루를 오롯이 쉴 수 있는 날은 일요일 하루뿐이다. 주중에는 '가정의 날'인 수요일에만 오후 5시 30분 정시에 퇴근한다.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김 주임은 "몸은 좀 고되지만 그래도 기쁘다"고 했다. 2009년, 법정관리 중이던 쌍용자동차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노조는 총파업으로 맞섰던 이른바 '쌍용차 사태'가 일어났다. 김 주임은 "그때는 8시간 근무 시간 중 4시간은 기계를 세워야 했다. 일거리가 없어서 4시간은 교육으로 대체했다"며 "잔업이나 특근은 꿈도 꿀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잔업과 특근이 생기면서 직원들의 연봉은 2000여만원이 늘었다고 했다.
6년이 지난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쌍용차 사태' 때 분위기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노동자들은 일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고, 로봇들은 쉴새 없이 자동차에 들어가는 강판을 나르고 용접했다.
연간 10만 6000여대를 생산할 수 있는 조립 1라인 가동률은 83%다. 코란도C, 티볼리, 티볼리 에어를 이곳에서 생산한다. 직원들은 하루 2교대 근무로 시간당 19대의 차를 만든다. 대형 SUV 렉스턴으로 인기를 끌면서 쌍용차의 전성기로 불렸던 2002년, 이곳에서는 시간당 15대의 차가 생산됐다.
조립 1라인에서는 차체 공정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웅, 웅, 척, 척' 하는 소리가 들리며 멀리서 불꽃이 튀는 게 보였다. 4m는 돼 보이는 로봇 팔이 자동차 패널을 들어 나른 뒤 용접하고 있었다. 검사 인력을 제외하면 용접 작업에 투입된 노동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생산라인에 배치된 150여대의 용접 로봇이 일을 도맡아 했다. 쌍용차의 소형 SUV는 '모노코크 방식'으로 제작된다. 차체의 외피(패널)이 뼈대 역할까지 하는 일체형 제작 방식이다. 이 때문에 로봇이 담당해야 할 용접도 많다.
용접을 마친 자동차는 알몸 그대로였다. 시트나 내부 장식은 전혀 없다. 색을 칠하는 도장 작업을 거치고 조립 라인으로 옮겨지면 이때부터 완성차가 되는 길을 걷는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움직인다. 나사 조이기나 차에 들어가는 배선 연결, 시트를 장착하는 등의 일은 사람이 담당한다. 한 사람이 6.5m 반경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차가 지나는 동안 맡은 부품을 조립했다. 바퀴가 달린 의자에 앉아 이동하는 차와 함께 움직이면서 조립하는 사람도 있었다.
특이한 점은 한 라인에서 3가지 차종이 함께 나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티볼리, 코란도C, 티볼리 에어가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한 줄로 지나갔다. 이들은 하나같이 하마가 입을 벌리고 있는 것 처럼 보닛을 연 채 줄지어 있었다. 사람의 손길에 몸을 맡기고 부속품이 하나하나 채워지길 기다렸다.
완성되기 전까지 자동차는 문짝이 떼어진 채로 있었다. 쌍용차 관계자는 문을 연결하는 과정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도료를 입히는 과정에서는 문을 연결하지만, 엔진이나 각종 부품을 조립하기 위해 편의상 문을 떼어낸다는 것이다. 조립을 마무리 하면 차량은 안전 점검을 받고 공장 밖을 나간다.
공장이 바쁘게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지난해 출시한 티볼리와 올해 나온 티볼리 에어의 인기 덕이다. 티볼리는 지난해에만 국내에서 4만 5000대가 팔렸다. 소형 SUV 시장에서 54%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티볼리 에어는 출시 한 달 만에 5000대 이상 계약이 마무리 됐다.
쌍용차 직원들은 티볼리에 대한 기대와 책임감을 숨기지 않았다. 공장 벽 곳곳에는 '티볼리 성공을 위한 우리의 결의'라는 제목의 대형 게시판이 있었다. 노동자들은 게시판에 '5대양 6대주를 누려라', '희망찬 도약을 위해', '우리의 희망' 등 손글씨를 채워 넣었다.
티볼리 브랜드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조립라인에도 변화가 생겼다. 1라인에서만 생산하던 티볼리를 2라인에서도 같이 생산할 수 있게 했다. 조립 2라인에서는 쌍용차의 대형 세단 체어맨W를 비롯해 코란도 투리스모도 함께 만든다. 조립 2라인은 연간 6만800여대를 생산할 수 있지만 현재 가동률이 20% 밖에 되지 않는다.
라인 전환을 손쉽게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코란도 스포츠, 렉스턴W, 액티언을 생산하는 조립 3라인 가동률도 60%에 못 미친다. 송승기 쌍용자동차 생산본부장은 "내년 출시 예정인 대형 SUV 'Y400'의 수요에 직원들의 근무형태도 바뀔 것"이라며 "3라인의 경우 2교대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업이 늘면서 해직노동자 일부도 다시 채용됐다. 2009년 당시 회사를 떠나야 했던 희망퇴직자 12명, 해고자 12명 등 40명 조립, 물류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해직 노동자의 자녀 중 3명은 신입 직원으로 쌍용차에 들어왔다. 쌍용차는 작년 12월31일 채용 공고를 냈다. 1300여명의 복직대상자에게 입사 신청을 받아 40명을 선발했다. 복직자들은 쌍용차 인재개발원에서 2주간의 실무 교육을 받았다. 2월 22일에부터 평택 공장에 출근하고 있다.
송승기 상무는 "소비자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쌍용차 임직원들은 혼이 담긴 자동차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는 어느때보다 경영 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지만, 15만 6000대 판매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