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근 "정책역량 배가해야" 정해방 "일신하고 일신하라"
정순원 "금통위원, 입 닫으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우리나라 각종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중 하성근·정해방·정순원·문우식 위원이 20일 4년간의 임기를 마쳤다. 금통위원 총 7인 중 당연직인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하고, 5명 가운데 4명이 교체되는 셈이다.

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 한은 본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지난 4년간의 소회를 밝히면서 한은에 마지막 당부를 했다. 4명의 금통위원은 공통적으로 한은이 정책역량을 높이는 데 더 많은 노력을 하는 동시에 시장과의 소통에 보다 힘쓸 것을 주문했다. 또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타 정책기관과의 공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도 당부했다.

가장 먼저 이임사를 한 하성근 위원은 "한은이 정책 역량을 더 배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당부했다. 하 위원은 "지금 한은이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실탄'이 적다고 생각하는데, 한은의 신뢰와 위상, 권위를 더 높여 무형적인 '신뢰 자원'을 더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한은의 정책 파급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정책기관과의 적극적인 공조도 당부했다. 하 위원은 "한은이 중립성을 지키고 자율성을 최대한 확보하라는 요구만큼 다른 정책기관들과의 공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요구도 크다"며 "앞으로는 (한은의 중립성과 자율성에) 조금 더 유의하면서도 정책기관들과의 공조를 실제로 실천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그동안 통화정책을 펼 때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협력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2월 금통위 이후 3개월 째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했었다.

하 위원은 현재의 경제상황을 '외침'(外侵)에 빗대면서 한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외부로부터, 국제적으로 큰 일이 있을 때는 내부갈등을 멈추고 단합을 해서 막아야 한다"면서 "한은이 긴 시계(視界)를 갖고 중기적인 안목으로 정책개발에 힘 써달라"고 말했다. 하 위원은 이를 위해 국민들과의 공감대를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해방 위원은 "나부터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일신하고 또 일신해서 발전하는 중앙은행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금리를 내렸지만, 경기 회복이 뚜렷하지 않아 안타깝다"며 현재 우리 경제상황을 '먹구름'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눈 앞의 문제해결에만 집중하느라 고령화, 국가 시스템의 비효율성 등 국가대계의 문제해결에 소홀한 것 같다"는 소회도 밝혔다.

정순원 위원은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는 경제주체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소통이 원활해져야 정책의 타당성은 물론 정책효과도 높힐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금통위원들이 가능한 귀는 열고 입을 닫으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절제된 언어로 시장과 소통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정순원 위원은 또 "한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때 가슴이 아팠다"며 "경제분석과 예측 능력 등 내적 역량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문우식 위원은 지난 4년간 함께 한 한은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자신을 보좌했던 직원들은 물론 운전기사에게까지 고마움을 표시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들 위원들은 금통위에 합류한 2012년 4월부터 4년 동안 7차례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인상은 한 차례도 하지 못했다. 그동안 기준금리는 3.25%에서 1.50%로 내려갔다.

이들의 뒤를 이어 조동철·이일형·고승범·신인석 등 신임 금통위원 4명이 21일부터 새로 임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