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설명회는 근로자에게 성과연봉제 확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대해 근로조건의 저하를 불러올 것이 명백한 제도를 도입하려는 시도다. 설명회를 중지하고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의사를 철회해야 한다."(3월 3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노사협의회에서 근로자 측 발언)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정부 방침이 정해진 지 석 달이 다 되도록 확대 도입을 확정한 공공기관이 전체 대상기관의 10%도 안 된다. 일부 공기업 노조는 기재부로부터 페널티를 받더라도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만은 막아야 된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하기로 확정한 곳은 30개 공기업 중에서 한국마사회, 90개 준정부기관 중에서 기상산업진흥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등 총 3곳이다. 이달 중에 이사회에서 의결하겠다고 밝힌 곳까지 합해도 7개에 불과하다. 공기업은 상반기 중으로, 준정부기관은 올해 안으로 확대 도입을 완료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인데 상당히 지지부진한 수준이다.
기재부가 지난 1월 28일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안을 밝힌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일부 공기업 노조는 정부세종청사를 찾아와 반대 시위를 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성과연봉제를 '차별연봉·강제퇴출제'라고 부르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산하 공공기관 노조의 교섭권을 넘겨받아 공동 교섭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성과연봉제는 지난 2010년 6월에 처음으로 공공기관이 도입했다. 하지만 116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임직원 18만명 중에서 1·2급(1만2000명)에게만 적용됐고 같은 직급 간 기본 연봉 차이도 2%에 불과했다.
기재부가 이번에 추진하고 있는 방안은 성과연봉제를 4급까지 확대 적용해 전체 공공기관 임직원의 70%가 해당이 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들은 전체 연봉의 15~30%를 성과연봉으로 받게 되는데 성과연봉은 같은 직급이라도 고과에 따라 최대 두 배까지 차이가 나게 된다.
정부가 지난해 모든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어수선해진 분위기가 가라앉기도 전에 또 한번 성과연봉제 확대라는 초강수를 두자 공공기관 직원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지연되는 기관은 총인건비 인상률을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상당수 공공기관들은 노조의 강력한 반대로 노사협의회에서 성과연봉제 확대와 관련해 제대로 논의를 하지 못했거나 안건도 올리지 못했다.
임금피크제 도입은 퇴직을 앞둔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반면 성과연봉제는 직원 10명 중 7명이 관련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느끼는 충격이 커 사측에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부산항만공사는 지난달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사측이 올린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안'에 대해 노조가 협의 자체를 거부했다. 한국공항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교통안전공단 등 상당수 공공기관들은 노사협의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만약 직원들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에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성과 평가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할 지를 두고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는 성과 평가기준을 기관 여건에 맞게 자체적으로 노사 합의를 통해 결정하라고 권고했다.
지난 1월 말에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민간위원인 김홍기 삼일회계법인 대표는 "공정성 강화에 계량지표 중심의 설계를 한다든가 외부전문가 참여, 평가지표 설정 시 직원 참여 같은 것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을 것 같아 일괄적으로 강요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투자공사(KIC)는 최근 노사협의회에서 "평가조정위원회 구성원에 외부 인사위원을 추가하고, 부서장의 성과관리가 일관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목표수립, 중간 면담, 평가 및 피드백 등과 관련해 외부 자문역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우정택 기재부 제도기획과장은 "4월이라는 시한은 조기이행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일 뿐이고 아직 제도 도입 여부와 관련해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기존에 내놨던 인센티브를 중심으로 최대한 기한 내에 기관들이 확대 도입을 할 수 있게 독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