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에 사는 박형민씨(37, 회사원)는 최근 로보어드바이저(인공지능 자산관리) 서비스에 가입했다. 최근 전세에서 월세로 옮기면서 남은 보증금을 1000만원을 로보어드바이저에 맡긴 것이다. 박씨는 그동안 수억원대 자산가만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았던 금융회사 PB(프라이빗 뱅킹·자산관리)서비스를 1000만원의 소액 투자자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가입 방법도 단순했다. 컴퓨터가 묻는 투자자 성향, 목표 수익률, 자금 성격 등에 답하자, 알맞은 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용 방식을 결정해 자산을 관리해줬다. 박씨는 "추천 상품의 과거 평균치를 계산해 최대 수익률과 최소 수익률도 보여주고, 분할 투자하는 방법까지 알려주니 신뢰가 생겼다"고 말했다.

전업투자자 김성훈씨는 최근 증권사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통해 자신이 투자한 상장지수펀드(ETF)의 매수와 매도 시기를 추천 받고 있다. 주가 그래프, 수급,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실시간으로 유망 종목을 추천해주고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의 매매 동향과 실적 등을 분석해 매도 시기도 알려줬다. 김씨는 "아직은 확신할 수 없어 소액만 투자하고 있지만, 수익률이 좋아진다면 투자금을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 저렴한 수수료...로보어드바이저 강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별도의 자문·일임 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어, 이에 따른 수수료 등 비용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고객들은 온라인 매매수수료나 상품 수수료만 부담하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회초년생도 거액 자산가들에게만 제공되던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픽=이진희 디자이너

미국에서 로보어드바이저가 급성장한 이유는 일반 자문 서비스에 비해 수수료가 저렴해 소액 투자자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는 수수료가 원금의 0.5% 정도로만 낮아져도 자산관리 시장의 저변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의 PB서비스 수수료는 투자 원금의 1% 가량이다. 기존 투자자문사의 자문·일임 서비스는 최소 1억원 이상 고액 투자자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가 도입되면서 덕분에 운용 자산 500만원대 소액 투자자들도 이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단돈 50만원부터 사이버 PB가 자산관리를 해준다.

자산관리 서비스와 함께 주식매매를 조언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주식매매 로보어드바이저의 경우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매도 매수가 규모가 큰 종목, 기술적 지표에 따라 특징적인 신호가 나타나는 종목 등에 대해 투자 조언을 해준다. 주식매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주식매매 수수료 이외에는 따로 돈을 받지 않는다"며 "투자에 조언을 해주는 수준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어 고객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 서비스에 따라 수수료 달라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아직 도입 초기인 만큼 금융회사 별로 수수료가 제각각이다. 무료로 서비스를 하는 곳도 있고 수수료를 받는 곳도 있다. KB국민은행 쿼터백 R-1의 경우 선취수수료로 신탁원본의 1%를 먼저 받고, 이후 후취수수료로 연 1%의 수수료를 추가로 받는다. 일종의 펀드 상품처럼 수수료를 떼어가는 구조다.

반면 다른 은행들이 출시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경우 고객 유치를 우선해 수수료 없이 운영되고 있다. 단순하게 자산관리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는 만큼 수수료를 받지 않고 무료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KEB하나은행이 출시한 '사이버PB'와 우리은행이 ISA 상품과 함께 출시 예정인 '위비로보'의 경우에는 수수료 없이 무료로 서비스한다.

증권사에서 서비스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운용과 관련된 직접적인 수수료를 제외하면 자산관리에 대한 부분은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미국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웰스프런트, 베터먼트 등은 미국의 자산관리 수수료인 1%보다 훨씬 싼 0.15~0.35% 수수료만 받고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웰스프런트는 투자금이 1만달러 이상일 때에 0.25%의 수수료로 받고, 그 이하는 무료다. 베터먼트 역시 0.15~0.35% 정도만 수수료를 받고 있다.

오인대 미래에셋대우 스마트금융부 팀장은 "기존 자문사 서비스의 최소 가입 금액은 5000만원이었으나, 실질적으로 1억원 이상이 있어야 가입이 가능했다"며 "그러나 증권사들이 직접 서비스에 나서면서 500만원에서 1000만원 수준으로 최소 가입 금액이 낮아진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