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테크노 밸리(이하 판교 밸리)에는 1000여개의 기업이 모여 있다. 이들 기업의 전체 매출은 70조원에 육박한다. 대부분 스타트업 등 중소 벤처기업이다. 판교 밸리가 스타트업의 요람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거대한 벤처 밸리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주요 인맥의 키워드는 4가지로 요약된다. 벤처업계 황금 학번 '86학번', 벤처업계 최대 인맥의 출발점인 '김범수와 한게임', '제2의 게임개발 사관학교'로 불리는 네오위즈 인맥, 권혁빈 스마일게이트그룹 회장과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이사회 의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신흥 인맥이다. 판교 밸리 주요 인맥을 두 편에 걸쳐 살펴본다.
◆ 판교 밸리 '터줏대감' 86학번...김정주 김범수 이해진 '스타 벤처인' 수두룩
벤처업계에선 '86학번'을 황금 학번이라고 부른다.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성공 벤처인의 대부분이 86학번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공대 86학번 출신이 주류를 이룬다.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서울대 컴퓨터공학·카이스트 석사),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서울대 산업공학·카이스트 석사),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서울대 컴퓨터공학·카이스트 석사),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서울대 컴퓨터공학·카이스트 석사), 김상범 전(前) 넥슨 이사(카이스트 전산학·카이스트 석사), 이재웅 다음 창업자(연세대 컴퓨터공학·연세대 석사), 배인식 그래텍 창업자(국민대 금속공학), 양승현 코난테크놀로지 최고기술책임자(CTO·서울대 컴퓨터공학·서울대 석박사) 등이 모두 86학번이다.
국내 1위(매출 기준) 게임회사 넥슨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동기인 김정주 NXC 회장과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가 1994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공동 창업한 회사로 2013년 판교 밸리에 새 둥지를 틀었다. 넥슨은 1996년 세계 최초로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여러 사람이 동시에 온라인에 접속해 즐기는 게임) '바람의 나라'를 개발한 온라인 게임의 선두주자로 게임업계 인맥의 한 축을 이룬다. 바람의 나라를 개발한 천재 개발자 송재경 대표는 넥슨에서 나와 엔씨소프트에서 개발 총괄 부사장까지 지내다가 2003년 엑스엘게임즈를 창업했다.
넥슨과 함께 국내 게임업계 양대 산맥을 이루는 엔씨소프트도 판교 밸리에 자리잡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85학번으로 김정주 회장, 송재경 대표와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녔다. 송재경 대표는 김정주 회장과의 의견 차이로 넥슨을 떠난 뒤 1997년 엔씨소프트에 합류했다. 김택진 대표와 송재경 대표는 이듬해인 1998년 MMORPG '리니지'를 내놓으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판교 밸리 입주기업은 아니지만 판교에 터를 잡은 네이버의 이해진 이사회 의장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이다. 이해진 의장과 김정주 회장은 카이스트 석사 과정을 밟던 시절 카이스트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썼을 정도로 단짝이었다. 이해진 의장과 김정주 회장의 옆방에는 넥슨 창업 멤버이자 개발 이사를 지낸 김상범 이오지에프파트너스 대표가 있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 86학번으로 이해진 의장과는 서울대 공대 동기이자 삼성SDS 입사 동기다. 김범수 의장이 1998년 창업한 한게임과 이해진 의장의 네이버컴이 2000년 합병하면서 NHN(현 네이버)이 탄생한다. 김범수 의장은 2007년 NHN을 떠나 이듬해인 2008년 카카오를 창업했다. 2014년 카카오와 합병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창업자인 이재웅 전 대표는 연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으로 이해진 의장과는 '절친'이다. 이재웅 전 대표는 학창 시절 이해진 의장과 같은 아파트 위아래층에 살았다.
◆ 김범수 중심 한게임 출신, 최대 벤처 인맥
한게임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인맥은 판교 밸리에서 손꼽히는 주요 인맥이다. 게임업계에서 지명도가 높은 남궁훈 엔진 대표를 비롯해 정욱 넵튠 대표, 이은상 카본아이드 대표 등이 한게임 대표 출신이다. 이들은 모두 모바일게임 업체를 차려 판교 밸리에 터를 잡았다.
엔진은 게임 유통 플랫폼 전문업체로 카카오 계열사다. 1972년생인 남궁 대표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한게임 커뮤니케이션사업부장과 NHN 인도네시아 법인총괄, 한국게임 총괄, NHN USA 대표, CJ E&M(현 넷마블게임즈) 대표를 지냈다. 그는 2013년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끝으로 게임업계를 떠났다가 2015년 7월 엔진 대표로 복귀했다.
엔진은 최근 다음게임과 합병해 덩치를 키웠다. 지난해 모바일 스포츠게임 '슈퍼스타 테니스'와 모바일 보드게임 '프렌즈 맞고'를 내놨다. 올해 3월에는 PC게임 '검은사막'을 출시해 북미와 유럽에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남궁 대표는 현재 카카오 최고게임책임자(CGO·부사장)를 겸임하고 있다.
정욱 넵튠 대표도 한게임 인맥에서 빼놓을 수 없다. 남궁훈 대표와 동갑내기인 정욱 대표는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 출신이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한게임을 이끈 정 대표는 2012년 1월 모바일 게임회사 넵튠을 창업했다. 넵튠은 현재 '프로야구 마스터' 시리즈와 'LINE 퍼즐탄탄', '탄탄 사천성' 등을 국내와 일본 등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LINE 퍼즐탄탄은 일본 애플 앱스토어 전체 다운로드 1위, 대만 구글 플레이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한 히트 게임이다. 남궁훈 대표의 엔진은 정욱 대표의 넵튠과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옛 한게임) 대표를 지낸 이은상 카본아이드 대표도 한게임 인맥 중 한 명이다. 1973년생인 이 대표는 중앙대를 졸업했다. 그는 2014년 NHN엔터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모바일 게임 전문 개발사 카본아이드를 설립했다. 중국 대형 게임사인 텐센트가 카본아이드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카본아이드에 대한 벤처업계의 기대감이 커졌다. 카본아이드는 설립 후 2년간 공을 들인 게임인 '나이츠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밖에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 우상준 애니팡플러스 대표, 이길형 조이맥스 대표 등도 한게임 출신으로 게임업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김범수 키즈'로 불린다. 임지훈 대표는 카이스트 산업공학과 졸업 후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심사역으로 일하던 2011년 카카오의 모바일 커머스 스타트업 '로티플' 인수 과정에서 김범수 의장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김범수 의장은 2012년 사재를 털어 설립한 스타트업 전문투자사 케이큐브벤처스의 초대 대표로 임지훈 대표를 영입했다. 그동안 케이큐브벤처스는 빙글·워시온 핀콘·카닥·두나무 등 61개 스타트업에 총 360억원을 투자했다.
카카오 초기 멤버들도 김범수 인맥의 한 축이다. 이확영 그렙(grep) 대표는 카카오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하면서 카카오톡을 탄생시킨 일등 공신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9학번인 이확영 대표는 삼성SDS를 거쳐 프리챌 창업 멤버로 벤처업계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NHN(현 네이버)에서 개발자로 근무하기도 했던 이확영 대표는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 시절부터 김범수 의장과 함께했다. 아이위랩은 2010년 발표한 카카오톡의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기면서 사명을 카카오로 바꿨다. 이확영 대표는 2013년 카카오를 떠나 '에잇크루즈(8cruze)'를 창업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에잇크루즈는 2015년 첫 모바일 게임 '워드 챔프'를 출시한데 이어 올해 사명을 그렙으로 바꾸고 주력 사업을 프로그래밍 교육 서비스로 전환했다. 회사는 서울 논현동에 있다.
'카카오 게임하기'를 만든 반승환 전 카카오 게임총괄 부사장도 에잇크루즈에 합류해 사업개발 이사직을 맡았다. 반승환 이사는 서울대 화학교육과를 졸업했다. 삼성SDS, 라이코스코리아, NHN을 거친 뒤 2011년 카카오에 합류했다. 카카오를 떠나기 전까지 김범수 의장에 이어 2인자의 자리에 있었던 인물이다.
한편 조선비즈가 판교 밸리 상장 벤처기업 중 시가총액 상위기업 60곳의 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임원 115명 중 48명(42%)이 서울대 출신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고려대(11명), 연세대(10명), 한양대(7명), 성균관대·서강대(각 6명), 카이스트(4명)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