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Jobs·사진)는 2001년 아이팟,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며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든 혁신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잡스의 성공에는 '천재성' 못지않게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고 한 분야에 꾸준히 투자한 '끈기'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잡스는 경영진과의 불화로 애플에서 쫓겨난 1986년 조지 루커스 감독으로부터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Pixar)'를 인수했다. 당시 픽사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기업이었다. 돈은 거의 벌지 못하면서,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만든다고 제작비만 계속 쓰고 있었다. 잡스는 재무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이 회사에 무려 10년간 개인 자산 5000만달러(약 57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당시 잡스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결코 회사를 매각하거나 핵심 개발 인력을 내쫓지는 않았다. 픽사의 CEO인 애드 캣멀도 1974년 후 단 한 번도 곁눈질하지 않고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라는 한 분야만 팠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1995년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장편 컴퓨터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다. 또 픽사에서의 경험은 잡스가 콘텐츠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후 애플의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해 콘텐츠에 기반한 아이튠스 사업과 아이폰을 내놓는 계기가 됐다.
인터넷 기업 구글의 유튜브 인수 역시 초기 벤처기업이 회사의 명운을 걸고 장기 투자를 해 성공을 거둔 사례다. 구글은 2006년 10월 창업 8년여 만에 '유튜브'라는 동영상 서비스 업체를 무려 16억5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이후 수년간 유튜브는 만성 적자가 계속됐지만 구글은 유튜브에 계속 투자했다. 올해 인수 10년째를 맞은 유튜브는 구글의 핵심 수익 사업이다. 작년 한 해에만 42억8000만달러(약 4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일이 과연 한국이라면 가능했을까.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었다면 오너가 관심을 갖는 1~2년간만 투자를 하고, 수익이 없으면 바로 구조조정을 했을 것"이라며 "한국에는 그런 투자를 할 만한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