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가 임박하며 한국이 환율 조작국(심층분석 대상국)으로 지목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발표에서 환율 조작국에 대해 각종 제재를 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미국 무역촉진법 2015가 처음으로 적용될 예정이라 만약 한국이 환율 조작국에 포함됐을 경우 교역에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외환시장에도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 재무부를 상대로 “한국은 환율 조작국이 아니다”라는 설득 작업을 벌인 정부는 “한국이 환율 조작국에 포함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제이컵 루 미국 재무부장관이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한국의 환율 정책에 관심을 두고 보고 있으며, 정책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는 등 낙관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조선DB

◆ 불거진 환율 조작국 논란 왜?

미국 재무부는 일 년에 두 번 환율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각국의 대미(對美) 교역수지와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 이 비율의 최근 3년간 변화, GDP·단기부채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 등이 일반적인 분석 대상이다.

이 같은 미국의 환율보고서는 이번부터 바뀌게 된다. 새 교역촉진법이 발표되며 심층분석 대상국을 지정하는 절차가 추가됐다. 이 심층분석 대상국이 한국이 걱정하는 환율 조작국이다. 미국의 환율보고서가 최근 주목을 받는 이유다.

미국 재무부는 상당한 대미 무역흑자를 내고 있으면서 경상 흑자국이고, 한 방향으로 지속해 시장에 개입한 국가를 심층분석 대상국으로 지정한다. 한국은 지난해 263억 달러의 대미 무역흑자를 냈고, 경상수지 흑자는 1059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정부는 한국의 환율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며 미국 재무부를 설득하고 있다. 환율이 오르락내리락했고, 정부는 급격한 변동이 있었을 때만 개입했다는 논리다. 또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에 유가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도 하고 있다.

새 교역촉진법에는 심층분석 대상국을 규제하는 이른바 베넷-해치-카퍼(BHC)법안이 포함돼 있다. 미국 재무부는 심층분석 대상국으로 지정된 국가에 대해 정부 개입을 포함한 외환시장 동향, 실질실효환율 추이 및 저평가 정도, 자본유출입 및 무역 관련 규제 동향, 외환보유액 추이 등을 추가로 분석한다.

또 양자협의를 통해 미국의 우려를 전달하고, 환율 저평가와 무역흑자 시정을 위한 정책을 촉구하게 된다. 이후 1년 동안 해당국과 협의를 거쳐 개선되지 않으면 제재를 한다.

◆ 직접 제재보다는 간접 효과가 더 걱정

제재 조치는 크게 네 가지로 구성됐다. 대외원조 관련 자금 지원 금지, 조달계약 체결 금지, 국제통화기금(IMF) 협의, 무역협정 연계 등이다.

정부는 대외원조 자금지원 금지 항목의 경우 한국이 원조를 받는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별 피해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 한국이 미국 정부조달 시장에 참여한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돼 이것과 관련된 제재도 큰 실효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두 항목은 정부에게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IMF 협의는 미국이 자국의 이사를 통해 IMF로 하여금 한국의 거시경제와 환율 정책과 관련해 감시를 하도록 요청하고, 환율 조작 관련 협의도 해달라고 요청한다는 내용이다. 국제기구의 압력을 통해 환율조작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또 무역협정 연계는 미국 무역대표가 해당국과 양자 또는 다자 무역협상 개시 여부를 평가할 때 환율 시정 조치 노력을 고려한다는 내용이다. 한국은 미국과 이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지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검토하는 상황이라 만약 심층분석 대상국으로 지정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직접적인 제약보다 간접적인 제약이 더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협의가 개시되는 순간부터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때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데다, 시장에 이것이 반영되면서 환율이 급변동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환율이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점도 무시 못할 대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원화 가치는 균형 환율보다 고평가된 상황인데 미국이 한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면 더 고평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직접적으로 무역 등에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국이 한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낙인 찍으면 한국과의 교역에서 적자를 보는 다른 나라들도 같은 논리로 한국을 공격할 수 있다”면서 “반덤핑 판정 등에도 근거로 사용되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