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는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와 관련, 글로벌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 구마모토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도로가 붕괴된 모습.

인명피해가 큰 상황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을 자제하면서도 향후 기업 경영과 국내 산업에 어떤 파장을 미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일본 지진으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큰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국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니터링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국내 무역 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지진 발생 후 동경 주재원을 통해 현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구마모토 지역이 물류의 중심이나 시장이 큰 지역이 아니라서 직격 피해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자동차 산업 타격 가장 커

현재 구마모토 지진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일본의 산업은 자동차 분야다. 니혼게이자이 등 현지 언론은 18일 일본 구마모토(熊本)현 일대를 강타한 지진으로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멈췄다고 보도했다.

일본 기상청이 1주일 동안 여진이 계속될 수도 있다고 관측하면서 규슈 지역 자동차 공장들이 가동을 멈췄다. 언제 재개할지도 불투명하다. 구마모토 공항 천장이 2차 지진으로 무너지면서 모든 항공편이 결항되고 고속도로 통행, 신칸센 운행이 중단되면서 부품 조달까지 막혔다.

닛산 자동차는 세레나, 무라노등을 생산하는 후쿠오카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타이어 제조업체인 브리지스톤과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업체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도 14일 이후 공장을 돌리지 않고 있다.

일본 기상청이 제공하는 실시간 지진 정보.

일본의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는 데 대해 국내 업계에서는 도미노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반사 이익을 기대하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팀장은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이 안되고 있다. 2,3차 벤더가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파악돼야 한다”며 “우리도 일본으로부터 부품을 수급받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마음 놓을 수 만은 없다”고 말했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부품을 조달받긴 하지만 많지 않다. 또 규슈 지역은 그 지역 안에서만 부품 조달하는 비율이 높다”며 “후쿠시마 지진 사태 이후,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부품 재고나 물류 조달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강진이 더 발생하더라도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기업들의 생산 차질 현상은 한국기업에게 반사이익이 되는 경향이 존재한다”면서도 “다만, 현 시점에 실질적인 반사이익 여부와 규모를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박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2011년 동북대지진 때의 장기 생산 차질과 일본내 광범위한 피해 재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이번 지진이 도요타, 닛산 등 주요 일본업체들의 올해 2분기 영업 실적의 부진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박영호 연구원은 “피해 복구 과정이 장기화돼 조업 및 선적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미국시장 판매 등에서 한국업체의 반사이익도 일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일간지들이 지난 15일 구마모토현 대지진을 1면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 소니 공장 가동 중단… “삼성 LSI, 옴니비전 등 반사 수혜”

자동차 공장 뿐 아니라 구마모토현의 파나소닉 공장, 소니 반도체 공장도 가동을 멈췄다. 미쓰비시전기도 반도체 공장 등 구마모토 현에 있는 공장 두 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소니는 이미지센서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점유율이 40%를 넘는다. 가동 중단이 한달 이상 장기화한다면 업계 판도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소니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소니에서 이미지센서를 공급받는 업체들은 걱정스런 시선으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LG전자는 소니의 이미지센서를 쓰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소니의 공장 가동 중단 규모나 재개 시점 등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으므로 영향을 쉽게 내다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송은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니의 스마트폰용 CMOS 이미지센서는 전체 스마트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6%~7% 수준으로 낮지만 압도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높다”며 “생산이 계속 중단될 경우, 향후 고사양 스마트폰 생산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은정 연구원은 이어 “소니는 전략적 거래처인 애플의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2015년 상반기 이후 구마모토 생산라인을 증설해왔다”며 “지진으로 인한 복구가 단시간에 해결된다면 애플의 신제품 생산이 가능할 것이지만 장기화된다면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했다.

송 연구원은 “소니의 경쟁사인 삼성LSI, 옴니비전 등이 반사 수혜를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