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7시 30분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블루마운틴 골프장. 이른 아침부터 검은색 고급 승용차들과 ‘미래에셋’ 로고가 붙은 버스들이 줄이어 골프장 정문으로 들어섰다. 이날 열리는 미래에셋그룹의 임원 골프행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태운 차량들이었다.

이 행사는 미래에셋의 대우증권(현재 미래에셋대우로 사명 변경) 인수를 계기로 전 계열사 임원들의 단합을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직접 주관해 개최됐다. 홍성국 사장을 포함, 이제 미래에셋으로 배지를 바꿔 단 옛 대우증권 임원들도 모두 참석했다.

◆ 임원 골프행사 참석…이제는 ‘미래에셋의 대우’ 의미 굳혀

17일 오전 미래에셋그룹 임원들을 태운 리무진 버스들이 강원도 홍천 블루마운틴 골프장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 미래에셋그룹 골프행사에는 전체 계열사 임원 290여명이 참석했다. 박현주 회장을 비롯해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수석부회장, 변재상 미래에셋증권 사장, 정상기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사장 등이 모두 모였다.

미래에셋대우에서는 홍성국 사장과 이삼규 수석부사장 등 40여명의 임원이 왔다. 지난 15일 단행된 임원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한 이경민 이사와 서재연 이사를 포함, 6명의 여성 임원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미래에셋은 박현주 회장이 직접 나서 주최한 이번 행사를 지난달부터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대우증권 인수의 의미를 그룹 내부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옛 대우증권 임원들을 미래에셋의 구성원으로 끌어들이는데 각별히 공을 들인 것이다. 그룹 임원 골프행사를 위해 퍼블릭 골프장으로 분류돼 있는 블루마운틴 골프장을 일반인 대상 사전예약도 받지 않은 채 이날 삼엄한 경비 속에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기도 했다.

17일 오전 블루마운틴 골프장에 들어서는 차량을 직원이 통제하는 모습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골프행사 개최 직전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전 계열사 임원들이 모인 가운데 미래에셋대우 임원들을 불러모아 골프를 치는 행사를 마련한 목적은 이제 이들이 ‘대우’가 아닌 ‘미래에셋’의 가족이 됐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차원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우 끌어안기’ 속도 내는 미래에셋…통합 방식은 ‘톱다운(top-down)’

지난 4일 열린 미래에셋대우 업무 보고에서 박현주 회장이 홍성국 사장에게 미래에셋그룹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미래에셋은 지난해 말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한 이후 박현주 회장이 직접 두 회사의 통합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4일 미래에셋자산운용 회장직에서 물러나 미래에셋대우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같은 날 열린 미래에셋대우 업무 보고에서는 주요 임직원들에게 미래에셋의 투자원칙인 ‘글로벌 자산배분’과 ‘분산투자’를 향후 투자전략과 경영의 중점 과제로 삼을 것을 지시했다.

또 미래에셋대우 업무 보고 현장에서 박 회장이 홍성국 사장에게 직접 미래에셋그룹의 배지를 달아주는 사진을 공개, 사장을 포함한 임원들이 이제 미래에셋과 한솥밥을 먹는 가족이 됐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단 임원을 포함한 주요 인력들에게 미래에셋의 ‘DNA’를 주입한 뒤 시간을 두고 두 회사 직원들을 하나로 묶는 ‘톱다운(top-down)’ 방식의 통합을 지향하는 것이다.

박 회장은 지난 16일 열린 미래에셋대우 경영전략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를 지향하며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에 주력하겠다”며 “노조나 직원의 통합 문제는 홍성국 사장을 비롯한 미래에셋대우 임원들에게 맡길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수하동 미래에셋그룹 본사 앞에서 1200여명의 미래에셋대우 직원들이 실질적인 고용 보장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그러나 미래에셋대우 노조와 직원들은 여전히 미래에셋그룹의 통합 작업은 직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룹 임원들의 골프행사가 개최된 17일 오후 2시 미래에셋대우 직원 1200여명은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입주한 수하동 센터원 빌딩 앞에서 “직원들의 실질적인 고용 보장을 위해 그룹이 노조와 직접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협상창구를 마련하라”고 요구하며 약 2시간 동안 집회를 갖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원활한 DNA 결합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강한 공채 문화를 가진 대우증권 직원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데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