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과학자들이 미국, 영국 연구진과 공동 연구를 통해 백두산 지하에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백두산이 활화산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 과학자들이 서양 과학자들과 함께 북한 영토에 있는 백두산에 관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과 영국 런던대, 미국 지질조사국, 중국 환경교육미디어프로젝트 연구소 국제공동연구진은 2013년 8월부터 1년간 백두산 인근에서 탐지된 지진파를 분석한 결과 과거 화산폭발의 원인이 됐던 마그마가 천지 아래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자연과학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15일자(현지시각)에 발표했다.

백두산 천지

이번 연구에 참여한 11명 중 7명은 북한 국가지진국과 평양 국제새기술경제정보센터 소속 과학자들이다. 리경송, 고철남, 김혁, 윤용군, 박길종, 리종송, 류금란 연구원 등 7명이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의 제1저자에 이름을 올렸다.

연구진은 백두산 천지를 기준으로 반경 20km 내에 총 8개(북한 영토 6개, 중국 영토 2개)의 광대역 정밀 지진파 탐지 장비(지진계)를 설치했다. 연구진은 각 지점에 설치한 지진계를 활용해 2013년 8월부터 백두산 부근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생긴 지진파가 지표에 도달하는 시간과 속도 등을 탐지해 백두산 천지 아래의 지각 구조를 분석했다.

북한 연구원들이 백두산 인근에 설치한 지진계를 살펴보고 있다.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파가 지표에 도달한다. 이 때 지각(토양과 암석으로 이뤄진 지구 표면의 가장 바깥쪽)과 맨틀(지각과 지구의 핵 사이에 존재하는 암석)의 경계가 되는 '모호면'을 만나면 지진파가 굴절되거나 종파인 P파가 횡파인 S파로 전환되기도 한다. 모호면을 뚫고 나온 지진파는 지각의 구성 성분에 따라 지표에 도달하는 속도가 달라진다. 지각의 구성 성분이 액체 상태일 경우에는 지진파가 도달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느려진다. 연구진은 이런 원리를 이용, 천지 바로 아래쪽과 천지에서 20km 가량 떨어진 곳에 지진파가 도달한 시간을 비교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분석 결과 백두산 천지 아래쪽 5~10km 깊이에 암석이 녹아 액체 상태로 있는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또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백두산의 지각 구조가 매우 복잡하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백두산은 946년 한 차례의 대규모 폭발 이후 지금까지 휴화산 상태로 남아있다. 그러나 2002~2005년 백두산 부근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하자 백두산 아래쪽에 액체 상태의 마그마가 존재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중국과학원과 함께 백두산의 지각을 연구해 온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 중국 영토쪽 백두산 아래에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북한 쪽은 확인할 수 없었다"며 "이번 연구로 북한 쪽에도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입증돼 백두산이 언제 용암을 분출할지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또 "논문을 살펴본 결과 데이터나 논리에 허점이 발견되지 않고 완성도가 높았다"며 "서양의 국제 학술지에 북한 과학자들이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백두산에 대한 남북 공동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