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지난 14일 4000억원 규모의 조건부 후순위채(코코본드)를 발행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달 한차례 코코본드 발행에 나섰다가 수요 미달로 발행을 연기했다. 이번에도 수요 미달 사태가 발생하면 '국책은행' 체면에 손상이 입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11일 4000억원의 코코본드를 기관투자자들에게 청약을 받은 결과, 발행 물량의 두배에 가까운 76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이번에 발행한 코코본드는 조기에 상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가 없는 10년 만기 채권으로, 발행금리는 국고채 10년 금리에 0.58%포인트를 더한 2.37%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국내에서 발행된 코코본드 중 최저 금리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며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해 7600억원의 투자수요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코코본드(CoCo Bond)는 Contingent Convertible Bond의 약자인데, 은행에 위기가 발생하면 공적자금(세금)이 투입되기 전에 은행 보통주로 전환되거나 혹은 상각될 수 있는 회사채를 말한다. 한층 강화된 은행 자본규제 기준인 바젤Ⅲ가 도입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려는 은행들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꼽힌다.
코코본드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적고, 분기 별로 이자를 지급한다는 게 장점이다. 연 4% 금리라면 분기 별로 1%씩 이자를 받는다. 코코본드 발행 형태는 대부분 신종자본증권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처럼 매년 확정 이자를 받을 수 있고, 대부분 만기가 없다.
최근 코코본드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의 반응은 '관망세'였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해외 대형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은행이 발행한 코코본드 가격도 폭락한 것이다. 국내 은행들도 한동안 코코본드 발행에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은행이 발행하는 코코본드는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3주간 국내 은행이 발행한 코코본드 규모는 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달 23일 전북은행이 800억원(표면금리 3.50%), 28일 우리은행이 2500억원(표면금리 2.95%), 29일 광주은행이 700억원(표면금리 3.50%), 이달 14일 기업은행이 4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각각 발행해 모두 판매했다.
◆ 저금리에 안정적 수익처로 각광… 원금 손실 가능성 유의해야
전문가들은 저금리 상황에서 신용등급이 높은 금융사가 발행하는 채권이라는 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분석한다.
강수연 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은 유럽 은행과 달리 보수적인 자산 운용을 하는 데다 자본을 손상할 만한 자산의 규모도 작다"며 "국내 은행이 발행한 코코본드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코코본드는 발행 금액이 적어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또 현재는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코코본드를 인수할 수는 없다. 개인 투자자들은 코코본드를 인수한 증권사 창구를 찾아 소량으로 매입하거나, 코코본드를 유동화한 자산유동화증권(ABCP)에 투자해야 한다.
또 부실화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원금 손실 위험도 꼭 따져봐야 한다. 발행 은행이 부실해지면 자본으로 전환돼 이자를 못 받는 건 물론 최악의 경우 감자가 이뤄지면 원금 손실 위험도 있다.
주혜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아무리 건실한 은행이라 해도 앞으로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