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이 야당의 승리로 끝나면서 국회와 정부를 담당하는 이동통신 3사의 대관 라인이 분주해졌다. '여소야대' 20대 국회가 올해 통신업계 최대 이슈인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쟁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이번 M&A 시도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공정거래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관련 부처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승인 여부를 놓고 검토 중이지만, 이 건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사이의 갈등이 워낙 심해 여론은 물론 국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4.13 총선에 도전한 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의원 절반 가량이 20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하면서 통신업계는 물론 정부 부처도 새로운 미방위가 어떻게 구성될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는 미방위가 어떻게 꾸려지느냐에 따라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통합방송법과 정부 심사 중인 CJ헬로비전 M&A 건 등 국회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주요 현안의 처리 속도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송희경·김성태 등 ICT 전문가 미방위 합류 가능성 커
올해 총선에서 미방위 소속 국회의원 21명 가운데 1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새누리당에서는 홍문종·박민식·김무성·배덕광 의원 등 4명,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우상호·유승희·이개호·최민희 의원 등 4명이 각각 출마했다. 또 국민의당 소속 의원 4명(문병호·장병완·정호준·최원식)과 무소속 의원 3명(강길부·권은희·조해진)도 총선에 나왔다.
이중 국민의 선택을 받은 의원은 총 8명이다. 새누리당 홍문종·김무성·배덕광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유승희·이개호 의원, 국민의당 장병완 의원과 무소속 강길부 의원이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나머지 7명은 모두 낙선의 쓴 맛을 봤다. 이는 19대 미방위 소속 의원의 약 33%에 해당한다.
정치권과 방송통신 업계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이력을 쌓았거나 과거 미방위 활동 경험이 있는 의원들이 20대 국회에 대거 입성한 점을 들어 미방위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표적인 인물이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을 받고 금배지를 단 송희경 전(前) KT(030200)기가 IoT 사업단장(전무)이다. 1964년 부산에서 태어난 송 당선인은 이화여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하고 아주대 정보통신대학원에서 전자상거래 석사 학위를 취득한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다. 송 당선인은 2007년 대우정보시스템 서비스사업단장(상무)으로 근무했고, 2012년 11월 KT 소프트웨어개발 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송 당선인은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장을 맡기도 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8번으로 당선된 김성태 전 한국정보화진흥원(NIA)원장 역시 ICT 분야 경력이 많아 미방위에서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 김 당선인은 한국지역정보화학회장과 국가정보화전략실무위원회 위원, NIA 원장, 융합산업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방송 업계 출신인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과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권미혁 MBC방송문화진흥회 이사(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11번), 추혜선 전 방송통신정책위원회 자문위원(정의당 비례대표 3번) 등도 20대 미방위 후보로 꼽힌다. 무소속 홍의락 의원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기 전까지 미방위 소속이었다.
◆ "통합방송법 처리 여부에 따라 CJ헬로비전 M&A 난항 겪을 수도"
이동통신3사 모두 총선 다음날인 14일 오전 내부 회의를 열어 당면 이슈를 점검하고 20대 미방위 구성에 따른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K텔레콤(017670)의 CJ헬로비전 M&A를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KT와 LG유플러스는 국회의 통합방송법 처리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통합방송법은 기존 방송법과 IPTV법을 일원화하는 법안으로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정부는 모든 유료방송 사업자가 채널 운영, 회계 분리, 설비 동등제공, 금지행위 등의 규제를 동등한 기준으로 적용받게끔 하기 위해 통합방송법을 마련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동일한 유료방송 시장에서 경쟁하는데, 별도의 법을 적용받는 건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면서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을 지키기 위해 통합방송법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KT와 LG유플러스(032640)는 바로 이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을 근거로 정부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시도를 당장 승인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통합방송법이 시행되면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IPTV 사업자도 위성방송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지분을 33% 이상 소유할 수 없다"면서 "SK텔레콤 역시 CJ헬로비전의 지분을 33% 이상 소유하면 안된다"고 말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CJ헬로비전의 지분 38.6%를 확보했다. LG유플러스의 주장대로라면 SK텔레콤은 통합방송법 시행 뒤 소유 제한 규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33%를 초과하는 CJ헬로비전 주식을 강제 매각해야 한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올해 1월 서울 중구 무교동에서 열린 신년만찬 행사에 참석해 "상식적으로 통합방송법이 확정된 다음 정부의 M&A 심사가 이뤄지는 것이 옳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 지역의 한 대학 교수(경제학과)는 "만약 20대 국회가 통합방송법 처리를 늦추거나 'CJ헬로비전 심사 일정을 통합방송법 통과 이후로 연기하라'며 미래부를 압박할 경우 KT와 LG유플러스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 상황에 따라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 맞춰 최선을 다하겠다"며 "방송통신 업계도 기존의 경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경제 활성화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