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한 장면. 제작사인 NEW는 이 드라마를 통해 실적 개선에 성공했고, 최근 다른 국내 드라마 제작사들도 앞으로 높은 성장성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국내는 물론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14일 막을 내렸다. 지난 2월 24일 첫 방송 이후 줄곧 화제를 모았던 태양의 후예는 마지막회 역시 전국 시청률 34.8%(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TV 드라마를 제작하는 업체들의 성장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과거 드라마 외주 제작사들은 작품이 흥행에 성공해도 큰 돈을 벌지 못해 적자에 허덕이거나, 심지어 폐업에 이르는 경우도 많았다. 편성권을 쥔 지상파 방송사가 절대 갑(甲)의 횡포를 부리는 바람에 을(乙) 입장인 외주 제작사들은 제작한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아도 제작비를 회수하기가 어려웠고, 저작권도 방송사가 갖는 경우가 많아 콘텐츠 판매 수익도 제대로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1990년대 인기 드라마인 ‘여명의 눈동자(MBC)’와 ‘모래시계(SBS)’ 등을 연출해 스타 제작자가 됐던 고(故) 김종학 PD(전 김종학프로덕션 대표)도 외주 제작사를 운영하면서 여러 인기 드라마를 제작했지만, 줄곧 재정난에 시달리다 2013년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고질적인 드라마 제작업계의 후진적 수익 구조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드라마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제작사들의 수익원이 확대되고 있고, 중국 시장에 판권을 사전 판매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국내 드라마 제작사들에 대한 중국 자본의 투자도 늘면서 제작비를 확보하고, 해외 유통망을 늘리기도 한층 쉬워지고 있다.

◆ ‘태양의 후예’ 제작한 NEW, 한 달간 주가 70% 이상 급등

태양의 후예 제작사인 NEW의 2월 이후 주가 추이

14일 ‘태양의 후예’의 제작사 NEW(160550)의 주가는 1만2450원을 기록했다. 최근 두 달간 36.1% 상승한 것이다. 단기 상승 폭이 컸기 때문에 이달 들어 종영이 가까워지면서 주가가 빠르게 조정을 받았지만, 지난달 NEW는 태양의 후예 방영 이후 줄곧 강세를 보이며 한 달간 80% 넘게 급등했었다.

태양의 후예는 NEW와 KBS의 자회사인 KGCS와 합작으로 제작한 드라마다. 지난 2월 첫 회가 방송된 이후 11일 중국 동영상 사이트인 아이치이에서 24억 뷰를 돌파하는 등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NEW와 KBS의 합작 법인은 이미 태양의 후예의 제작비 130억원을 전액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의 후예를 통해 NEW가 얻은 이익은 지난 2014년 중국 등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수익을 뛰어넘었다. 당시 외주 제작사 HB엔터테인먼트는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총 95억원의 매출 총 이익을 거뒀다.

이남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태양의 후예의 흥행 성공에 따른 이익은 2분기부터 NEW의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한다”며 “KBS와의 수익 배분, 간접광고(PPL), 인센티브 등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수익 추정은 어렵지만, 이미 손익 분기점을 돌파했고 시청률이 40%에 육박하면서 흥행에 크게 성공해 NEW의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플랫폼 늘면서 수익원 확대…中 판권 판매로 해외시장 실적도 개선

증시 전문가들은 태양의 후예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최근 드라마 제작사들의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앞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드라마 제작사들의 수익 구조는 지상파와 케이블TV에 대한 납품으로 얻는 방영권 수익, 재방송과 VOD 판매, 해외 판권 매출, 협찬과 PPL 등으로 구성된다. 방송사의 편성을 따내기 위해 불리한 조건으로 수익 배분 계약을 맺는 것이 관행이었고, 2차 판매와 해외 판권 등도 방송사에 넘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해도 제작사들이 가져가는 몫은 작았다. 드라마 제작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지상파 방송사가 드라마 제작사들로부터 해외 판매와 유통 등을 명목으로 가져가는 수수료는 전체 판매액의 약 2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드라마 외주제작사들은 주로 방영권을 가진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의존했기 때문에 작품이 흥행에 성공해도 적자에 허덕인 경우가 많았다. 모래시계 등을 연출한 스타PD였던 고(故) 김종학 감독(왼쪽)은 드라마 ‘태왕사신기’ 제작 이후 재정난에 허덕이다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드라마 제작사들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 창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VOD 서비스 시장을 보면 지금까지는 드라마 제작사가 지상파나 케이블TV 방송 이후 2차 판권 시장에서 건당 수수료를 받는 TVOD(Transaction VOD) 방식에 의존했지만, 최근에는 월 정액으로 회원료를 받는 SVOD(Subscription VOD)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해외 VOD 시장은 이미 넷플릭스나 HBO 고(Go) 등 SVOD 서비스업체들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도 넷플릭스의 진출과 함께 옥수수, 왓챠플레이 등의 가세로 플랫폼이 다양하게 바뀌고 있다.

2010년 이후 방송 콘텐츠 수출액과 수입액 추이

중국 시장에 대한 드라마 판매 방식이 바뀐 점도 외주제작사들에게 호재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한국에서 먼저 드라마가 방영이 된 후 해외에 판매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판권과 유통 수수료 중 상당 부분이 제작사가 아닌 방송사로 돌아갔지만, 올해부터는 방영 6개월 전 중국 광전총국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중국 시장에서 방송이 가능한 구조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제작사는 사전 제작한 드라마를 중국 현지 방송사와 VOD 서비스업체들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다. 또 해외 판권 수출에서 방송사들에게 줄 몫도 줄일 수 있다. NEW의 사전 제작 드라마인 태양의 후예도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영됐고, 제작 전 이미 중국 내 방영권을 아이치이에 편당 25만달러, 2회 방영 이후에는 일본에 편당 10만달러에 수출해 방영 초기 단계에서 이미 손익 분기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남준 연구원은 “넷플릭스가 중국에 진출한 이후에는 VOD 서비스업체들의 콘텐츠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돼 드라마 판권 가격이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업종은 작품 경쟁력이 입증된 한국의 드라마 제작사들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드라마 제작, 돈 된다”…中 투자 유치 증가, 연예기획사 자체 제작도 활발

방송 플랫폼의 범위가 확대되고, 해외 판권을 통해 얻는 수익의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드라마 외주제작에 뛰어드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AOA와 FT아일랜드 등이 소속된 에프엔씨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후아유-학교 2015’를 제작했고, 웰메이드예당은 이달부터 방송되는 드라마 ‘딴따라’의 제작을 맡았다. 영화배우 유해진, 김윤석 등의 소속사인 심엔터테인먼트도 최근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드라마로 각색해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콘텐츠 시장 확대로 드라마 제작사의 성장성이 부각되자, 해외 자본의 투자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초록뱀은 홍콩DMG그룹에 인수됐고, 지난달에는 중국의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화이브라더스가 심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인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