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산업과 자본을 색안경을 끼고 봐선 안된다. 국내에선 이슬람 금융이 들어오는 것을 이슬람 세력이 들어오는 것과 동일시하는 데 그럴 이유가 없다. 산업은 산업으로 봐야 한다."
서강석(54) 코트라 시장조사실장은 8일 서울 양재동 코트라 사옥에서 진행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중동과 한국의 협력 관계와 관련, "중동과 이슬람 문화에 대해 편견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서강석 실장은 특히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중동의 지원이 있었기에 한국 경제가 조기에 재기할 수 있었다고 했다.
"1997년 국내에 중동 자금이 상당히 많이 유입됐다. 그 때 중동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지 못했다면 사태가 더 장기화 됐을 것이다. '이 돈은 되고, 저 돈은 안된다' 식으로 봐서는 안된다. 넓게 봐야 한다."
서 실장은 중동지역에서만 10년간 근무한 베테랑이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2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3년, 그리고 이집트에서 5년을 보냈다. 특히 서 실장은 이라크전쟁 이후 치안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5년에서 2007년까지 이라크에서 지냈다.
"부임 1년 전인 2004년 김선일씨 사건이 발생했다. 2005년 당시 이라크에서 테러 발생 건수가 하루에 110건이다. 그 중 70~80건이 바그다드에서 발발했다. 항상 방탄복을 입고 생활했고 이동할 때는 경호차량 5대가 기본이었다."
서 실장은 "이 같은 환경에서도 계속 체류하며 관계를 유지했던 기관과 기업들은 이후 상황이 좋아졌을 때 빛을 봤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처럼 현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았다"고 했다.
문제는 우리가 중동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서 실장은 지적했다. 그는 "중동 지역 사람들이 우리를 친구라고 생각하는 만큼 우리는 그들을 친구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중동에 건설한 도로라던지 인프라에 대해 그쪽에선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옛날 이야기로 치부하는 데 이런 것을 잘 활용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했다.
- 대(對)이란 경제제재 해제 이후 중동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코트라에서도 그런 부분을 체감하는지?
"작년부터 '이란진출기업 지원센터'를 설치해 활동해오고 있다. 6개월동안 550여건의 문의 요청이 들어왔다. 하루 평균 6~7건 꼴이다. 기업인들이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
- 어떤 내용에 대한 질문이 많나?
"무역 관련 분야가 많다. 아직 대(對)이란 제재가 다 풀린 상태가 아닌데, 지금 무역하려는 품목이 제재 대상인지 많이 물어본다. 또 대금 결제 등 금융 관련 문의도 많다. 거래하려는 업체가 제재 대상인지 아닌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 중동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중동지역은 오랜 기간 내전과 경제 제재를 경험했기 때문에 인프라 개발 수요가 굉장히 많다. 그 나라들의 가장 큰 고민은 산업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런 부분을 적극 도와준다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섬유 공장을 이집트로 옮긴다면,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중동이라는 큰 시장을 얻을 수 있다. 새로운 경제 포맷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 가능성은 있지만, 리스크도 무시하긴 어려운 것 같다. 특히 저유가로 인한 타격이 큰 것 같은데.
"맞다. 지금 중동의 최대 리스크는 저유가로 인한 경제 타격이다. 지금 중동에선 프로젝트 사업 수요가 많지만 구매력이 없어 어려운 상황이다. 프로젝트 수주를 따내기 위해선 금융 조달 방안까지 우리가 준비해서 갈 필요가 있다. 저유가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는 나라도 향후 유가 하락이 장기화되면 보수적인 재정 운영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런 상황도 대비를 해야한다."
- 저유가 이외에 리스크 요인으로 무엇을 보고 있나?
"이란의 '스냅백(Snap-Back, 제재 복원)' 우려도 여전히 남아있다. 또 제재기간 중 미리 진출해 기반을 닦은 중국이나 신규 유럽계 기업들과의 경쟁 격화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미 이란 시장이 레드오션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 박근혜 대통령이 금년 중 이란을 방문할 계획으로 알려졌는데, 정상외교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있나?
"물론이다. UAE 원전처럼, 대형 국책사업은 정상이 가는 게 진짜 중요하다.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다. 정상외교 성과를 계속 팔로업(Follow-up)하는 것도 코트라의 주요 역할 중 하나다."
- 정상외교 사전 작업으로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나?
"지난달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란에서 경제공동위를 가졌는데, 당시 나왔던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확실히 대통령이 가면 성과물이 다르다. 이란에서도 장관이 약속한 것과 대통령이 약속한 것은 무게감이 다르게 생각한다."
- 우리 기업이 중동 사업을 따내기 위해선 파이낸싱 조달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중동의 자본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지 않나?
"그것도 대안이긴 한데, 이 부분이 지금 예민한 부분이다. 국내에서 이슬람 금융이 들어오는 것을 이슬람 세력이 들어오는 것과 동일시하는 시선이 있다. 개인적으로 중동의 산업과 자본을 색안경을 끼고 봐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산업은 산업으로 봐야 한다."
- 이슬람 금융에 대해 배타적이라는 건데, 국내에 중동 자본이 들어온 적이 없나?
"1997년 국내에 중동 자금이 상당히 많이 유입됐다. 그 때 중동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지 못했다면 사태가 더 장기화 됐을 것이다. '이 돈은 되고, 저 돈은 안된다' 식으로 봐서는 안된다. 넓게 봐야 한다."
- 아무래도 중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슬람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큰 것 같다.
"중동 지역 사람들이 우리를 친구라고 생각하는 만큼 우리는 그들을 친구로 보지 않는 것 같다. 우리가 중동에 건설한 도로라든지 인프라에 대해 그쪽에선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옛날 이야기로 치부하는 데 이런 것을 잘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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